팀 버튼이 연출했다. 당연하다는 듯 조니 뎁이 출연했고, 버튼의 연인 헬레나 본햄 카터가 얼굴을 비친다. 영화팬들이 열광하는 배우 에바 그린과 미셸 파이퍼, 클로에 모레츠도 등장한다. 내용은 버튼답고 그의 악동기질은 여전하다.
자신을 사랑하는 마녀의 저주로 뱀파이어가 된 바람둥이가 1970년대에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일대 소동극을 담은 '다크 섀도우'는 감독과 배우의 명성만으로도 눈길을 끌 영화다. 그러나 대중의 보편적인 취향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버튼 마니아들이라면 경배를 바칠 만한 작품이지만, 보통 영화관객이라면 고개를 갸우뚱할 만하다.
영화의 발단과 전개는 흡입력이 상당하다. 18세기 한 어촌의 세도가인 바나바스(조니 뎁)가 마녀 안젤리크(에바 그린)의 흑마술에 빠져 연인을 잃고 뱀파이어가 되어 관 속에 갇히는 과정이 리듬감 있는 편집으로 전해진다. 어둡고 음산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스크린이 공포영화의 모범답안지와 같다.
20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뒤 관을 탈출한 바나바스가 자신의 후손들과 대면하면서 영화는 공포보다 코미디에 방점을 찍는다. 바나바스를 이용해 가업을 다시 일으키려는 엘리자베스(미셸 파이퍼)와 그녀의 반항기 가득한 딸 캐롤라인(클로에 모레츠) 등이 바나바스와의 관계를 매개 삼아 웃음을 전달한다. TV에 나온 가수 카펜터스를 마녀로 착각해 끌어낸다며 TV수상기를 뜯는 등 현대문명에 익숙지 않은 바나바스의 좌충우돌도 곧잘 웃음을 부른다. 200년 넘게 살면서 지역 유지의 자리를 지켜온 안젤리크가 바나바스와 대립하며 애증의 감정을 표시하는 장면은 적절한 극적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대중들까지 아우르며 호흡을 조절하던 영화는 후반부로 넘어가면서 급격히 마니아들을 위한 내용 전개로 빠져든다. 바나바스가 안젤리크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고 건물이 들썩일 만큼 요란한 잠자리를 한다든가 캐롤라인이 자신의 감추어진 정체를 드러내는 장면 등은 좀 느닷없다. 촘촘한 인과관계로 전해지던 전반부와 달리 쫓기듯 이야기를 매듭짓는 모양새에도 대중들은 고개를 저을 듯하다. 1966~1971년 생방송된 동명원작 TV시리즈를 112분짜리 스크린에 담기엔 역부족이었던 것일까.
전작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보며 버튼이 대중과 타협했다고 불만을 품었을 마니아들은 다소 어수선한 후반부가 버튼답다며 오히려 반가워 할 듯. 영국식 발음을 사용하며 천연덕스럽게 뱀파이어 연기를 소화하는 뎁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카펜터스의 '톱 오브 더 월드'와 엘튼 존의 '크로커다일' 등 70년대 주옥 같은 팝음악을 듣는 재미도 있다. 10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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