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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hankookilbo/ "불법·폭리도 아닌데…소비자 선택일뿐" "이력·유통 흐름 등 알 권리 차원서 공개"

입력
2012.05.09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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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돈이라고 해서 못 먹는 고기도 아니고, 질 나쁜 고기를 비싸게 판 것도 아닌데 뭐가 문제인가요? 솔직히 소비자들도 고기 질은 좀 안 좋지만 가격이 싸기 때문에 선택해서 먹고 있는 것 아닌가요? 어차피 햄, 소시지로 만들어서 다 먹고 있습니다."(7일자 18면'1인분에 1,500원 국산 삼겹살의 정체는?'기사에 대한 이주영ㆍ우짜우짜ㆍ武命님 등의 댓글 의견입니다.)

'1인분에 1,500원 국산 삼겹살 정체' 기사에 대한 독자 여려분들의 다양한 의견들을 접하면서 '역시 삼겹살은 서민 음식'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됐습니다. 독자 여러분들과 마찬가지로 기사를 쓴 기자 또한 '대패 삼겹살'을 포함한 시중의 저렴한 삼겹살음식점을 애용하는 소비자입니다. 주변 삼겹살 음식점과 비교해 '어떻게 삼겹살 가격이 저렇게 살까'라고 의문을 가지면서도 해소하지 못하다가 우연히 '모돈(母豚)'이라는 생경한 단어를 듣게 됐습니다. 그리고 이 모돈이 대패 삼겹살의 주 재료이고, 육가공업자 사이에서는 '줘도 안 먹는 고기'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당장 확인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축산물 등급 판정을 내리는 축산물품질평가원이 돼지등급 1+, 1등급, 2등급 말고도 연간 44만여 두를 '등급외'로 판정하고 그 중 모돈이 90%를 차지한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제가 기사를 쓴 요지는 독자 여러분들에게 '모돈 품질이 떨어지니 대패 삼겹살을 먹지 마라'는 것이 아닙니다. 지적처럼 '등급외 판정'도 엄연히 축산물 품질평가 기관에서 공식 판정을 받아 정상적으로 시중에 유통되는 것으로 불법이 아닙니다. 하지만 저렴한 삼겹살 음식점에서 사용하는 돼지고기가 어디서 나온 어떤 종류인지는 시민들이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기사를 취재ㆍ작성하게 됐습니다. 특히 축산물품질평가원은 돼지고기 유통 흐름을 소비자들이 알 수 있도록 올 10월 돼지고기 이력제를 시범 실시하고 삼겹살 음식점에 모돈 등을 공급하는 가공업체들도 이력제 신고 대상에 포함시킬 지 여부를 검토 중입니다. 축산물품질평가원도 소비자들이 취향과 소비 수준에 맞게 대패 삼겹살 식당을 이용하는 국민들의 '알 권리' 차원에서 유통 흐름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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