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눈을 뜨고 밖으로 나갔다 아직 아침은 밝지 않았다
수탉은 자기가 초승달이라고 우기고 있었다
풍차는 회색 구름에서 끝이 나는 사다리였다
가까운 농장에선 사료 빻는 기계가 웅웅거리고 있었다
서리는 밤새 잡초를 구름으로 만들었다
꿈 속에서 우리 둘은 커피를 마시기 위해 난로가에 앉았다
깨질 것 같아 안쓰러운 컵이 있었다
나는 그 오후를, 남아있는 생을 사랑했다
● 얼마 전 친구가 연인과 다툰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정치적 문제로요. 그녀의 연인은 지지율이 1%밖에 안 되는 정당을 꼭 지지할 필요가 있는 거냐고 볼멘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대요. 그녀는 도대체 지지율이 낮다는 게 지지를 철회할 이유가 되냐고 화를 냈지요. "어쩌면 네 의견이 옳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지지율에 대해서라면... 넌 그렇게 자신 있니? 나는 주변 사람들 중에 내 생을 긍정해 줄 사람이 1% 이상 될는지 도무지 자신이 없어." 그녀는 자기가 연인이라고 우기는 낯선 사람이 나오는 꿈을 꾸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듭니다. 실컷 화를 내고 나니 연인이 웃으며 말합니다. 물론 안 될지도 모르지. 그렇지만 너의 1% 중에 내가 있다는 건 알아, 라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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