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조선 화가 최북(1712~1786?)은 숱한 기행과 파격적인 그림으로 유명하다. 천하의 명인 최북이 천하의 명산에서 죽어야 한다며 금강산 구룡연 폭포에 뛰어든 일이며, 세도가가 힘으로 그림을 얻으려 하자 스스로 눈을 찔러 애꾸가 된 것은 자부심이 대단했음을 보여주는 일화다. 값을 너무 낮게 부르면 그림을 찢어버리고, 반대로 너무 후하게 쳐주면 그림도 모르는 놈이라고 욕했다고 한다. ‘붓으로 먹고 산다’는 뜻의 ‘호생관(毫生館)’을 호로 쓴 것도 당당한 자의식의 표현일 것이다. 남종문인화풍으로 일가를 이룬 그는 그림만 잘 그린 게 아니라 시ㆍ서ㆍ화에 모두 능했고 강세황 심사정 같은 선비 화가들과 교유한 지식인 화가이기도 하다.
최북을 주제로 한 최초의 특별전이 국립전주박물관에서 8일 개막했다. 탄생 300주년을 기념해 최북의 주요 작품과 기록 57점을 모았다. 그는 ‘최산수’ ‘최메추라기’로 불릴 만큼 산수화와 메추라기 그림에 뛰어났고 꽃과 새, 매와 토끼 같은 동물 그림도 잘 그렸는데, 종류별로 고루 선보인다. 유명한 시구들을 그림으로 풀어낸 시의도(詩意圖)들은 단순한 환쟁이가 아닌 최북의 문기(文氣)를 잘 보여준다. ‘알고 보니 아주 식견 있는 사람이더라’고 동시대 문신 남공철이 남긴 글 등 문헌 기록도 함께 내놓았다. 전시는 6월 17일까지.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