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정태수(89ㆍ사진) 전 한보그룹 회장이 숨겨둔 서울 장지동의 금싸라기 땅 등을 압류해 807억원의 세금을 추징했다. 정씨는 현재 1,500억원대 세금을 체납한 채 해외에 장기 체류 중이다.
국세청은 8일 "대기업 전 사주가 토지 용도변경으로 수백 억원의 차익이 예상되는 환매권(정부에 수용 당한 재산을 원 소유자가 다시 매수할 수 있는 권리)이 발생하자, 이를 몰래 처분해 체납세금 납부를 회피하려다 적발됐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이 사주에게서 해당 토지 처분권을 압류하고 또 다른 은닉토지도 찾아내 총 807억원의 조세채권을 확보했다. 국세청은 대기업 전 사주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정씨의 지방세 체납을 추적해온 서울시를 통해 정씨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씨가 환매권을 행사하려던 토지는 서울 송파구 장지동 357 일대 3만2,289㎡로, 위례신도시 예정지 바로 옆에 있다. 서울시는 1999년 9월 송파자원회수시설(쓰레기소각장) 건설을 위해 정 회장에게서 이 땅을 80억원에 수용했다. 그런데 주민들 반대로 소각장 사업이 무산되면서 수용 10년만인 지난해 4월 관련 법에 따라 원주인 정씨에게 환매권이 주어졌다. 정씨가 환매가 200억원만 마련하면 시가 1,000억원을 호가하는 금싸라기 땅을 되찾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체납세금이 그의 마지막 재기의 기회를 가로막았다. 정씨는 증여세 등 국세 1,500억원과 지방세 68억원을 체납한 상태. 그는 정상적으로 환매권을 행사할 경우 전액 체납세금 납부에 쓰여질 처지가 되자, 법률회사 자문 등 치밀한 준비 끝에 '환매와 동시에 제3자 소유권 이전'을 통해 세금 추징을 피하려다 꼬리를 밟혔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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