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어버이날을 맞아 효행자로 선정돼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은 최순덕(50ㆍ강원 철원군)씨. 그는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극진히 봉양한 효부다. 간암으로 11번 수술한 남편과 장애를 안고 태어나 30번 수술한 아들을 돌보는 것도 온전히 그의 몫이었다.
최씨는 시댁을 봉양하며 살아온 세월 속에, 결혼 후 마음만큼 잘 보살펴드리지 못하고 먼저 보낸 친정 어머니가 어버이날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최씨는 "결혼(1983년) 후 식당에서 일을 하며 돈을 벌었다. 내가 번 돈이니 마음은 친정에 가져다 드리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그때는 그래야 한 줄 알았는데, 지금 같은 세상이면 친정 어머님도 잘 모실 수 있었을 텐데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시어머니가 남편의 월급을 관리하고 최씨에게는 한 달에 용돈 1만원을 줄 만큼 시댁중심의 세상 속에서 생활해 왔다고 했다. 시어머니에 대한 서운함이 있을 법도 한데, 정반대였다. 1998년 시어머니가 치매를 앓기 시작하자 음식점 운영과 가사를 병행하면서도 세끼 죽을 갈아 떠먹이고 매일 목욕을 시키는 등 극진히 수발했다. 최씨는 "남편이 워낙 잘하고, 내 성격도 긍정적"이라며 "남편과 아들이 많이 도와준다"고 공을 돌렸다. 남편은 3,600㎡ 정도 되는 집 주변과 가게 바깥의 청소를 도맡고, 아들은 몸이 아픈 중에도 식당 일을 거들고 있다.
남편 한경희(56)씨는 "아내는 정신적인 지주"라며 "고교 3학년 때 어려운 환경에서 홀어머니를 극진히 모셔 효녀상을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가정은 다른 어려움들도 극복하게 했다. 1남1녀 중 둘째 필규(26)씨는 크루존 병을 안고 태어나 안면기형, 항문폐쇄증 등 중증장애로 30번의 수술을 받았다. 코로 숨을 잘 쉬지 못해 지난달에도 수술을 받았다. 경찰이었던 남편은 2003년 간암 판정을 받고 간절제술, 간이식 등 11번의 수술을 받았다. 아내의 지극 정성 덕분인지 남편은 기적적으로 암이 완치됐다.
정부는 이날 어버이날 기념식에서 최씨 외에 중풍과 치매를 앓은 시부모를 8년 넘게 수발하고 있는 공정화(56)씨에게 국민훈장 목련장을 수여하는 등 168명을 포상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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