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도 볼 수 없는 인권 변호사 천광청(陳光誠)의 기적 같은 탈출 드라마가 가능했던 것은 중국의 수 많은 '착한 사마리아인'들이 그의 눈과 발이 돼 줬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속속 드러나고 있다.
자신의 차로 천 변호사를 산둥(山東)성에서 베이징(北京)까지 데리고 온 허페이룽(何培蓉·40·사진)은 8일 로이터통신 등과의 인터뷰에서 "수많은 사람이 천을 돕고, 숨겨 줬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은 천을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착한 사마리안인'이었다"며 "지난달 길에서 우연히 천과 마주친 사람은 전화기를 그에게 빌려줘 나와 통화할 수 있게 해줬다"고 밝혔다.
당시 허씨는 '새가 둥지를 떠났다'는 이메일을 받은 뒤 베이징에서 대기중이었다. 6시간 동안 차를 몰아 23일 밤 산둥성에 도착한 허씨가 천을 찾는 동안에는 또 다른 이가 천을 숨겨 주고 있었다. 허씨가 다가가자 천은 "정말 당신이 펄이예요?"라며 두 손을 꼭 잡았다. 허씨는 인터넷에서는 펄로 알려졌다. 천은 앞서 80여명이나 되는 공안의 감시망을 뚫고 집에서 나온 뒤, 논밭과 헤치고 돼지우리에서 잠을 자며 숨어 있던 터였다.
허씨는 지난달 24일 천을 차에 태운 뒤 400㎞를 달려 베이징에 왔다. 허씨는 이후 베이징의 동료에게 천을 인계한 뒤 고향인 장쑤(江蘇)성 난징(南京)시로 내려갔다. 며칠 후 천은 주중 미국 대사관에 들어갔다. 허씨는 이튿날 경찰에 구금돼 7일 동안이나 조사를 받은 뒤 지난 4일에야 풀려났다.
전직 영어 교사로 남 부러울 것 없이 살던 그는 천을 돕게 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죄 없는 천 변호사가 고통 받는 것을 볼 수 없었다"며 "나는 인권 운동가가 아니며 우연히 그를 도운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허씨는 "사람들이 나를 잊길 바란다"며 "그때가 되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은 이날 자신을 수 년 동안 불법감금하고 탄압한 관리들을 처벌해줄 것을 중국 정부에 요구했다. 또 산둥성에 남아있는 가족과 친지들이 여전히 압박을 받으며 외부인을 만나는 것도 차단돼 있다고 주장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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