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치러진 그리스 총선에서 108석을 확보하며 제1당이 된 신민당이 연정 구성에 실패했다. 연정 파트너로 긴축을 함께 주도했던 사회당(PAOSK)이 41석을 얻는데 그쳐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한데다 다른 정당들이 연정 참여를 거절한 탓이다. 그리스의 정정이 불안해지자 8일 프랑크푸르트와 파리 등 유럽 증시는 0.3~0.7% 하락세로 출발했다.
안토니스 사마라스 신민당 당수는 7일 "다른 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데 실패했다"며 카롤로스 파풀리아스 대통령에게 정부 구성 권한을 반환했다고 말했다. 파풀리아스 대통령은 총선에서 제2당을 차지한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의 알렉시스 치프라스 대표에게 8일 연정 구성 권한을 이임했다. 치프라스 대표는 10일부터 12일 사이에 정부를 구성해야 하며 실패할 경우 권한은 제3당인 사회당에 넘어간다.
BBC 방송은 치프라스도 연정 구성에 실패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총선에서 긴축정책에 지친 그리스인들이 좌우를 불문하고 긴축 반대 정당을 지지하는 바람에 시리자와 몇몇 군소 정당으로 표가 흩어져 20% 이상 지지를 받은 정당이 한 곳도 없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치프라스는 구제금융에 반대하는 좌파연정 구성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좌파 정당 의석을 전부 합쳐도 과반에 못 미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7일까지 연정을 구성하지 못하면 총선을 다시 치러야 한다고 보도했으며 파이낸셜타임스는 그리스 정부가 다음달 17일 제2차 총선을 준비하고 있다고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정부 구성이 혼선을 빚으며 그리스 구제금융에도 먹구름이 끼었다. 그리스는 올해 1,740억유로 규모의 2차 구제금융 중 차기분 집행을 위해 6월 30일까지 115억유로에 달하는 추가 중기 긴축안을 승인해야 하며 그러자면 새 정부가 들어서야 한다. 피어 아렌킨들 유럽연합(EU)집행위원회 대변인은 7일 "그리스의 새 정부가 이미 약속한 사항들을 존중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압박했으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리스와 합의한 프로그램이 유지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런던 소재 유라시아 그룹의 애널리스트 울팡고 피콜리는 보고서에서 "(그리스) 연정 구성이 실패할 가능성이 무척 크다"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고조돼 구제금융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루카스 파파데모스 총리는 이날 "지금까지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지 말아달라"고 각 정당에 호소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