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이 떨어지고 있다. 비록 체감할 정도는 아니지만 어쨌든 국내 휘발유 가격은 벌써 20여일째 내림세다.
정부는 ‘한 풀 꺾였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세 하락을 얘기하기엔 아직 성급하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7일(현지시간) 거래된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3.68달러 떨어진 109.24달러를 기록했다. 두바이유가 110달러대를 밑돈 건 지난 2월3일(109.90달러) 이후 3개월여만에 처음이다.
국제유가가 떨어지면서 국내유가도 꾸준히 동반 하락하고 있다. 유가정보사이트인 오피넷에 따르면 보통 휘발유 전국평균가격은 1월6일(ℓ당 1,933.51원)부터 지난달 18일(2,062.55원)까지 무려 104일째 연속 상승했다. 이 기간 동안 129.04원이나 올랐다. 하지만 4월19일 소폭이긴 하지만 0.11원이 떨어진 이후 8일 오후 4시 현재 2,053.52원으로 20여일 째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지역도 지난달 16일(2,135.25원) 정점을 찍은 뒤 이날 현재 2,118.65원으로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당분간 국내 유가도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일단 경제적 요인만 보면 상승압력보다는 하락요인이 커 보인다. 이날 국제유가가 하락한 것도 ▦미국의 고용지표가 악화된 점 ▦프랑스 대통령선거 결과로 유럽 재정위기의 악화가능성이 엿보이는 점 등이 작용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물경제 회복이 지연되는 만큼 원유수요는 줄어들 것이고 그만큼 유가는 더 오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나이미 석유장관도 이날 “원활한 석유공급을 위해 매일 8,000만 배럴을 비축하고 있다. 지금 유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유가하락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안요소는 여전하며, 떨어지더라도 큰 폭의 하락은 기대할 수 없다는 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국제유가전문가협의회 관계자는 “이란 등 지정학적 불안이 심화하고 석유시장에 투기 자금이 유입되는 등 유가상승요인도 여전히 많다”면서 “올해 국제유가는 배럴당 115~120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내려도 큰 폭의 하락은 없을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상당한 정도의 고유가를 계속 체감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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