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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등교시간을 늦추면 성적이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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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등교시간을 늦추면 성적이 오른다

입력
2012.05.08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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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ㆍ11 총선 기간 중 각 정당의 교육 분야 공약을 검토했었다. 수많은 공약 중 유독 나의 주목을 끈 공약이 하나 있었다. 크고 거창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작고 소박해서다. 우리 모두는 거창한 정책에만 주목하고 작은 정책에는 소홀한 면이 있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물론 대한민국의 교육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거대한 정책들이 실행되어야 한다. 작고 소박한 정책은 한계가 너무나 뚜렷하다. 하지만 거대한 공약일수록 성공을 거두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제 우리는 작지만 당장에 효과를 볼 수 있는 정책들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내가 주목했던 공약은 정당득표율이 2%에 못 미쳐 정당등록이 취소된 진보신당의 '오전 9시 등교'란 공약이다. 이 정책의 좋은 점은 학생들의 성적 향상에도 이익이 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선 아무리 학생의 건강과 행복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도 입시에 손해를 주면 실현되기가 어렵다. 하지만 '오전 9시 등교'는 성적에 손해가 되기는커녕 이익을 줄 수 있다.

우리는 대부분 일찍 일어나야 공부를 잘한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청소년기에는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수면주기를 갖게 된다는 연구 결과가 언론에 여러 번 보도된 바 있다. 등교 시간을 늦추었더니 학생들의 성적이 향상되었다는 외국 학교의 사례 또한 여러 번 보도되었다. 작년 11월에 MBC뉴스에 영국 몽크세이튼 고교의 사례가 보도된 것이 대표적이다.

"세상에 늦잠 자라는 학교가 다 있네요. 성적이 더 오른다는데요. 학생 여러분, 너무 좋아하지는 마세요. 영국 얘기입니다."(앵커), "보통 영국 학생들이 등교를 시작하는 오전 8시. 하지만 이 학교는 여전히 텅 비어 있습니다. 등교를 시작하는 건 1시간이 훨씬 더 지난 오전 9시 반부터입니다. 수업시작은 10시. 아침잠을 충분히 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섭니다. 이 학교가 새로운 제도를 도입한 건 지난해부터입니다. 청소년들은 생물학적 신체 리듬이 성인과 달리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도록 돼 있다는 연구 결과를 따른 것입니다."(기자), "늦은 등교가 좋다는 건 의학적, 과학적 연구 결과입니다. 우리는 20년부터 알고 있던 걸 실천할 뿐입니다."(교장), "새로운 제도가 시행된 뒤 첫 시간부터 학생들의 수업 참여도가 눈에 띄게 좋아졌습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정부 공인 고교 졸업시험 성적도 과목별로 최고 34%나 올랐습니다."(기자)

우리나라 사람들은 학생들의 입시성적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려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입시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손해를 주는 행위들을 입시를 빌미로 자행하는 경우가 많다. 학생들을 만성적인 수면 부족 상태로 몰아넣는 행위가 그 대표적인 행위다.

물론 입시공부를 빌미로 학생들이 운동하는 것을 막는 것도 그러한 행위에 속한다. 운동이 학습에 도움을 준다는 것은 이제 진부한 상식이다. 학습과 기억력을 담당하는 뇌 영역이 활성화되어 공부 효과가 커진다는 연구결과는 이론의 여지가 없는 학계의 정설이다. 운동을 해야 체력이 향상되어 더 오래 공부할 수 있고, 운동이 공부 스트레스를 풀어주어 앞으로의 공부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우리의 체험으로도 알 수 있는 것이다. 지금은 대학생인의 나의 큰 아들은 고교시절에 야간자습 시작 전 친구들과 항상 축구를 했다. 그런데 새로운 교장이 부임하고부터는 교장의 지시 때문에 더 이상 축구를 하지 못하게 되었다. 나는 지금도 그 교장이 내 아들의 행복을 침해하는 데만 그치지 않고 아들의 입시공부까지 방해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우리나라 고등학생의 등교시간은 상당히 빠른 편이다. 민선 교육감 시대에 들어와 상황이 좀 나아졌다는데도 아직도 대부분 오전 8시 이전이다. 오전 9시 등교가 무리라면 다만 30분 정도라도 등교 시간을 늦춰보는 것이 어떨까.

이기정 서울 북공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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