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산 엠마우스다문화센터의 박선화 데레사 수녀는 요즘 트위터의 힘을 절감하고 있다. 박 수녀는 지난 3월 자신의 트위터(@minoriteefmm)에 "자녀가 자라 사용하지 않는 유아용품, 어린이용품을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경기 시흥시 물왕동 32번지 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꼬 수녀원"이라는 짧은 글을 하나 남겼다.
난생 처음 트위터를 시작해 올린 첫 글이다. 80자에 불과했지만 파급효과는 상상 이상이었다. 글을 올린 지 이틀 만에 수녀원으로 기부물품이 배달되기 시작했다. 많게는 하루 20박스 가까이 각종 영ㆍ유아 용품들이 배달됐다. 지난달에는 아기용품을 기증하겠다는 불교 신자들의 전화가 줄지어 걸려왔다. 트위터 공간에서 유명한 혜민 스님이 데레사 수녀의 글을 리트윗 한 덕이다.
데레사 수녀는 "트위터 팔로워가 100만명이 넘는 이외수 공지영씨가 제 글을 리트윗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들어오는 물건은 배냇저고리에서부터 분유, 기저귀, 유모차, 장난감, 책 등 다양하다. 기부자들은 새 것 못지않게 깨끗이 한 뒤 하나하나 포장까지 해서 보내왔다. 데레사 수녀는 "기부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물건을 기증하면서도 '헤졌다' '얼룩이 졌다'고 미안해 한다"며 "내 자식이든 남의 자식이든 아이들에게 좋은 것 입히고 좋은 것 먹이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인 것 같다"고 웃음을 보였다.
데레사 수녀는 이렇게 들어온 물품을 안산 등지의 다문화가정에 나눠주고, 남은 물건들은 통영으로 보내고 있다. 통영은 인근에 욕지도 매물도 사량도 같은 섬이 많고, 그곳 마을에 아이 물품을 필요로 하는 다문화가정이 많기 때문이란다.
데레사 수녀가 어린이 용품 기부에 힘을 쏟게 된 건 한 미혼모와의 특별한 만남이 계기가 됐다. 그는 10년 전 홀로 아이를 낳아 키우고 있다는 미혼모를 올 초 만났다. 자신의 아이 하나만으로도 건사하기 힘든 상황에서 이 미혼모는 20대 초반의 다른 부부가 키우지 못하겠다며 비닐봉지에 담아 사찰 앞에 버린 아이를 입양했다고 한다. 그렇게 입양한 아이가 넷이다. 막내는 장애인이다.
"세상은 그를 미혼모라며 편견 어린 눈으로 냉대했지만 그 사람은 따뜻한 눈길로 아이들을 받아 안아 키우고 있었어요. 그 마음이 무엇인지 보게 되면서, 내가 할 일이 무엇인지 깨달았죠."
데레사 수녀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매체로 선택한 건 또 다른 인연 때문이다. 통영 종합사회복지관의 김종봉 요한 신부가 '울지마 톤즈'의 고 이태석 신부를 기리기 위해 지난해 페이스북을 이용해 '수단 펜 보내기 운동'을 펼쳤는데, 데레사 수녀는 그 일을 도우면서 SNS의 힘을 확인했다.
물품 기부를 넘어 틈나는 대로 다문화센터를 찾아와 자원봉사를 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미혼인 남동균(40)씨는 인천에서 육아용품을 수거해 나르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 유통업을 한다는 국가대표 유도 선수 출신인 트위터 아이디 '두목곰'도 틈날 때마다 다문화 센터를 찾아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없는지 묻곤 부족한 것을 채워준다. 데레사 수녀는 "두목곰이 트위터 상에서는 이런 저런 현안을 두고 직설적인 표현을 많이 해 거부감이 들었는데 오해한 게 괜히 미안해진다"고 말했다.
글·사진 안산=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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