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마트 전자랜드 웅진코웨이 등 알짜 가전유통회사들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롯데 신세계 등 기존 유통강자들이 일제히 인수를 검토하고 나서, 누가 M&A승자가 되느냐에 따라 유통업계 판도에도 대대적인 지각변동이 뒤따를 전망이다.
8일 롯데그룹과 신세계는 한국거래소 조회공시 답변을 통해 전자랜드 인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롯데쇼핑은 “인수 추진 여부를 검토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결정된 사항은 없어 1개월 내 진행상황을 재공시하겠다”고 밝혔고, 이마트는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후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전자랜드는 지난 3월부터 매각설이 흘러 나왔다. 물론 전자랜드측은 매각사실을 부인하고 있지만 이미 삼정KPMG를 사실상 매각주관사로 정했으며 이마트 역시 삼정측에 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랜드는 전자유통업계에서 최대 매물인 하이마트의 대체제로 거론돼 왔다. 하이마트는 전자 양판점 중 점유율 1위(35%)이지만 자산총계가 2조6,000억원에 달하는 등 가격 부담이 크고 선종구 전 회장의 불구속기소로 인해 매각작업이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이 와중에 시장점유율이 9% 정도로 상대적으로 저가인 전자랜드에 대한 관심이 생긴 것. 하지만 전자랜드 측은 고정자산(건물, 토지 등)을 제외하고 영업권만 매각하는 것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이마트는 최근 선 전 회장이 물러난 뒤 1대주주인 유진기업이 매각 절차를 재개, 14일까지 인수의향서를 접수받고 있다. 롯데와 신세계는 이미 인수의향을 밝힌 상태이고, 애초 거론됐던 홈플러스와 GS리테일 등은 선 회장 사건 이후 인수전에서 발을 뺐다.
웅진코웨이 매각은 하이마트와 전자랜드에 비해 훨씬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있다. 웅진코웨이는 9일까지 예비입찰을 받고 14일쯤 3,4곳의 1차 후보자를 선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웅진코웨이 인수에 롯데쇼핑 GS리테일 등 유통업체들 뿐 아니라 칼라일 MBK파트너스 등 사모펀드, KT를 포함한 대기업 등 모두 10여개 업체들이 인수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관건은 가격이다. 웅진코웨이는 올해 1분기에 매출액 4,424억원 영업이익 644억원의 실적을 기록, 사상 최대 분기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매각 가격을 1조2,000억~1조5,000억원 정도로 보고 있다. 제출한 가격대가 비슷하다면 인수 후 시너지가 기대되는 롯데와 GS리테일 등 유통업체가 유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와 신세계(이마트) 등 유통업계 ‘빅2’는 현재 진행되는 거의 모든 매각 건에서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시장에 나온 세 업체에 대해 롯데 측은 모두 “검토 중”이고, 신세계그룹은 하이마트와 전자랜드에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유통업계의 두 맞수가 서로 가격을 올리며 출혈경쟁을 벌일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는 평이다. 자칫 ‘승자의 저주’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박 진 우리투자증권 기업분석1팀장은 “솔직히 롯데나 신세계가 정말로 적극적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면서 “롯데는 그 동안 여러 M&A와 해외투자 등으로 차입금이 3조원으로 불어 있는 상황이어서 매우 신중할 수 밖에 없고 신세계 역시 가전유통업이 신사업인 만큼 일단 공부하는 차원에서 접근하는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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