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울진에 자리 잡은 해월헌(海月軒) 종가에는 어머니의 3년 상을 치르는 아들과 며느리가 있다. 아들 내외는 102세에 작고한 이차야 여사가 남겨 놓은 편지를 읽으며 오늘도 어머니를 그린다. 9일 밤 11시 40분 방송하는 KBS1 수요기획 '어머니, 그리운 어머니'는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매일 곡을 하고 정성스럽게 식사를 차려 올리며 어머니를 추모하는 평해 황씨 13대 종손 황의석씨와 종부 이정숙씨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았다.
가문에 이름난 선비가 많이 배출돼 지역의 문화까지 바꿨다며 세상 사람들이 '대해(大海)'라고 불렀다는 황응청 선생의 조카 해월 황여일 문중이다. 황씨가 13세에 아버지는 한국전쟁에 끌려갔다 돌아오지 못했다. 아버지 부재 30년, 한 세대가 지나서 황씨는 문중 길제(吉祭ㆍ종손이 되는 의식)를 지내고 종손이 됐다.
고등학교 교장으로 퇴임한 황씨는 툇마루며, 어머니께서 주무시던 방이며, 집안 구석구석 어머니의 손 때가 묻은 곳을 소개하다 서럽게 울어버렸다. 어머니가 100년 넘게 사시면서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을까 생각하니 눈물이 날 수 밖에 없다고 그는 말한다. 종부 이씨 역시 1년이면 10번 이상 제사를 모시는 일이 버거울 법도 한데 "애 쓰는 것도 없고 사랑해주는 것만 받았다"며 후덕한 시어머니를 떠올린다.
돌아가신 어머니는 정갈한 두루마리 편지를 남겼다. 살면서 겪고 느낀 것들과 아들, 며느리, 손자가 잘되기를 기원하는 애절한 이야기에서 후손들은 어머니의 정을 다시 느낀다. 황씨는 그저 자식은 부모를 무조건 잘 모셔야 된다고 강조했다. 묵묵히 어머니의 3년 상을 치르는 종손 부부에게서 효심이 느껴진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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