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 비례대표 후보자는 정당의 '얼굴'로 통한다. 자신들이 지향하는 가치와 정책노선을 상징하는 인물이 주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합진보당의 상당수 비례대표 당선자와 후보자들은 이 같은 정치권의 일반 상식과 괴리가 커서 보는 이들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고 있다.
먼저 이석기 당선자는 당내에서조차 거의 이름이 알려져 있지 않았는데도 경선 과정에선 27.6%의 압도적 득표율로 남성 후보 중 1위를 차지했다. 당권파인 경기동부연합의 '보이지 않는 실세'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 당선자는 자주파(NL) 내에서도 친북 성향이 강한 자민통(자유민주통일)그룹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반국가단체인 민족민주혁명당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 받은 탓에 주사파 논란에 휩싸여 있다. 2003년 석방된 뒤엔 인터넷신문인 '민중의 소리' 이사, 광고기획사인 'CNP 전략그룹' 대표, 사회동향연구소 대표 등 경기동부연합이 주도한 사업들을 주관했다. 당을 대표하는 인사라기 보다는 경기동부연합의 실세인 셈이다.
비례후보 15번인 황선 후보자는 1998년 8ㆍ15 통일대축전 당시 한총련 대표로 불법 방북했다가 실형을 선고 받았다. 특히 2005년엔 만삭의 몸으로 방북, 조선노동당 창당 60주년 기념일인 10월 10일에 평양에서 둘째 딸을 낳아 '북한 원정 출산' 논란을 낳았다.
녹색연합 사무처장을 지낸 김제남 당선자는 2006년 발생한 일심회 간첩단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법원의 판결문에 나오는 보고서에는 '일심회 조직원인 이진강으로부터 김제남 등 시민단체 내 조직원을 포섭했다는 보고와 함께 김정일의 권위와 업적을 찬양하고 반미자주화 통일투쟁에 진력할 것을 다짐하는 충성 결의문을 받았다'고 적혀 있다.
당권파가 영입한 한국 국적의 재일교포인 강종헌 후보자는 1973년 김대중 전 대통령 구출 및 통일운동을 벌이다 반국가단체로 규정된 재일한국민주통일운동연합(한통련)의 조국통일위원장을 지냈다. 그는 서울대 의대 재학 중이던 1975년 유학생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13년간 옥살이를 하기도 했다. 이들의 경력과 관련, 진보진영 내부에서도 "과연 이들이 통합진보당을 상징하는 인사들인지, 특정 계파와 노선을 지향하는 인사들인지 구분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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