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랑드의 프랑스호가 나아갈 방향은 한 마디로 정의되지 않는다. 민심의 요구가 경제위기 극복에 집약된 만큼 분배와 자주를 중시하는 전통적 좌파의 노선을 고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올랑드 앞에 놓인 최대 과제는 단연 경제다. 그는 7일 당선 직후 지지자들 앞에서 "긴축이 프랑스의 유일한 옵션은 아니다"며 성장동력 회복이 위기 극복의 대안임을 재확인했다. 역설적이게도 2007년 대선 당시 니콜라 사르코지 당선자 역시 취임 일성으로 "성장과 실업난 해결"을 내세웠다. 그러나 실업률 5% 감축을 장담했던 사르코지의 기대와 달리 프랑스의 실업률은 오히려 10%대로 치솟았다.
사르코지의 성장이 노동시장 유연화를 기반으로 한 신자유주의적 개혁이라면, 올랑드는 모든 계층을 아우르는 동반성장을 추구한다. 때문에 경제개혁의 1순위는 고용 창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올랑드는 임기 동안 청년층 일자리 15만개, 중ㆍ장년층 일자리 50만개 확보를 선언했다.
사르코지와 차별성을 갖는 대목은 고용 재원을 부자 증세와 금융기관 과세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올랑드 정권에서 연 100만유로(14억8,000만원) 이상을 버는 사람은 75%의 세율을 적용받고 15만유로 이상 고소득자도 세율이 45%로 높아진다. 은행법인세와 금융거래세도 대폭 상향돼 구멍난 재정을 메울 계획이다. 그는 "실제로 지배하고 있지만 이름이나 얼굴이 없는 세계금융계가 바로 나의 적"이라고 말했다.
경제 이외의 내치(內治) 분야에서는 좌우를 넘나드는 탄력 행보를 이어갈 것이란 분석이 많다. 미국의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올랑드는 때론 진보 색채를 뚜렷이 하고, 때론 보수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등 실용적 좌파의 모습을 띨 것"이라고 전했다. ▦동성결혼 및 입양 합법화 ▦원자력에너지 의존도 감축(50%) ▦안락사 권리 검토 등의 공약에서는 정통 사회당의 면모가 엿보인다. 이민 문제에서는 입장이 유연하다. 그는 사르코지의 유산인 부르카(이슬람 여성의 전통의상) 금지법 유지, 경제이민 제한 등 다소 우클릭한 관점을 내비치고 있다. 일자리의 상당 부분을 이민자가 잠식하고 있다는 유권자의 불만을 의식한 것이다.
대외관계는 프랑스 고유의 자주 노선으로 회귀할 전망이다. 사르코지는 이란 핵문제, 시리아 사태에서 미국과 보조를 맞추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리비아 공습을 주도하는 등 뼛속까지 친미주의자라는 비판을 받았다. 첫 시험대는 아프가니스탄 주둔군 철수 문제다. 올랑드는 NATO의 치안이양안보다 2년 이른 올해부터 3,300명의 자국군을 철수시킬 예정이다. 프랑스의 조기 철군은 도미노 철군을 불러 미국의 아프간 출구전략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 AFP통신은 "올랑드의 개혁 성패는 6월 총선에서 판가름날 것"이라며 "부자ㆍ기업 옥죄기에 대한 지지 여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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