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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러시아 대통령 3기 정부 출범/ 황제처럼 다시 입성… 크렘린 밖에선 "도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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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러시아 대통령 3기 정부 출범/ 황제처럼 다시 입성… 크렘린 밖에선 "도둑"

입력
2012.05.07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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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3선 연임 제한에 막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에게 대통령 자리를 내줬던 블라디미르 푸틴이 다시 크렘린에 입성했다.

푸틴 대통령은 7일 취임식을 갖고 6년 임기의 3기 정부를 출범시켰다. 그러나 취임식에 맞춰 열린 대규모 반 푸틴 시위는 순탄치 않은 3선 여정을 예고했다.

대통령 복귀 신고는 화려했다. 이날 정오 크렘린궁에 도착한 푸틴은 경호대의 호위를 받으며 취임식 장소인 안드레예프스키 홀로 향했다. 제정 러시아 당시 황제가 머물던 이 홀은 내부가 온통 황금빛으로 치장돼 있다. 푸틴은 이곳에서 각료와 지방정부 인사, 외교사절 등 3,000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붉은색 표지의 헌법조문에 손을 얹고 취임선서를 했다. 동시에 푸틴의 취임을 알리는 예포 30발이 크렘린궁 밖으로 울려 퍼졌다. '21세기 차르(황제)'의 귀환을 알리는 예식은 30여분 동안 계속됐다.

그는 "향후 몇 년이 10년 러시아의 운명을 좌우한다"며 "미래 세대의 삶이 우리에게 달려 있음을 인식해 달라"고 단합을 강조했다.

푸틴의 독불장군식 스타일은 취임식에도 그대로 묻어났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통신은 "6개 TV 방송사가 취임식을 생중계했고, 푸틴의 요구에 따라 참석자들은 모두 검은색 정장을 입어야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푸틴호의 출발은 첫날부터 폭력으로 얼룩졌다. 3월 대선 이후 잠잠하던 푸틴 반대 열기가 취임식을 계기로 폭발한 것이다. 2만여명의 반 푸틴 시위대는 6일 모스크바 남부 칼루스카야광장에서 크렘린궁 인근 볼로트나야광장까지 "푸틴은 도둑"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2㎞를 행진했다. 시위대는 크렘린 진출을 시도하다 경찰과 곳곳에서 충돌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의 대표적 반정부 블로거 알렉세이 나발니 등 430여명이 체포됐다. 취임식 당일에도 공정을 상징하는 흰색 리본을 단 시위대가 축하차량이 지나가는 도로에서 부정선거를 규탄했다. AFP통신은 "푸틴에 대한 분노는 들끓었지만 크렘린의 높은 담을 넘지 못했다"고 전했다.

푸틴 3기의 최우선 과제는 자신의 강력한 지지기반이었다가 반 푸틴으로 돌아선 중산층의 마음을 되돌리는 일이다. 미국의 공영라디오 NPR은 "모스크바를 잃은 것이 푸틴의 최대 실책"이라고 표현했다. 푸틴은 측근과 자본가 등 소수를 대표할 뿐 식자층과 대도시 유권자는 그를 무시하고 경멸한다는 얘기다.

푸틴 체제의 안착 여부는 유가에 달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러시아가 재정위기로 인한 유럽 정권교체의 소용돌이 속에서 한 발짝 비껴나 있는 데에는 석유ㆍ천연가스 시장의 호황이 한 몫 했다. 푸틴이 처음 대통령에 당선된 1999년은 국제유가가 바닥을 친 시점이었고, 2008년 두 차례 임기를 마쳤을 때 기름값은 3배나 폭등했다. 오일머니로 풍요로워진 러시아 국민은 그가 두번째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는 순간에도 85%의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 블룸버그통신은 "고유가 시대가 끝나고 경제가 어려워지는 순간 푸틴의 권위주의 시대는 막을 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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