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생근씨는 대학 졸업반이던 1970년 등단해 40년 이상 비평가와 불문학자의 과업을 병행하고 있다. 그는 그러나 비평에 이론을 끌어들이는 것을 극도로 삼간다. "외국 문학 전공의 비평가가 주의해야 할 것은 자기과시적이고 현학적인 지식의 나열"이라는 지론 때문. 그의 다섯 번째 비평집인 이 책 역시 작품 고유의 결을 세심하게 살피며 조곤조곤 비평에 임한다.
소설 비평에서 출발해 1990년대 이후 시 비평의 비중을 늘려가고 있는 오씨는 정현종 최동호 박이문 박라연 문태준 강문숙 홍승우의 시집 해설과 이청준 현길언 윤후명 조영아 김도언의 소설 해설을 각각 2, 3부에 배치, 장르 간 균형을 맞춘다. 하지만 총론 격인 1부의 글 5편 중 3편이 시에 관한 것이어서 그가 어느 장르에 좀더 마음을 두고 있는지 가늠케 한다. 이 중 미래파의 대표 주자로 꼽히는 진은영 김행숙 이장욱의 시집을 꼼꼼하게 분석한 글은 안주하지 않는 비평정신을 엿보게 한다.
그가 한국문학 위기론에 부치는 균형 잡힌 통찰의 글도 두 편 실렸다. 그는 섣부른 비관이나 낙관에 치우치지 않고 문학의 존재 가치를 신중하게 변호한다. "시는 이성적 사유의 한계를 넘어서는 언어의 이미지로 우리의 생각을 자유롭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문학의 목표는 이미지나 그림자를 실재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존재의 정체성을 포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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