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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대세론에 취한 친박, 10년전 그 밤을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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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대세론에 취한 친박, 10년전 그 밤을 기억하라

입력
2012.05.07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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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 대선 패배 이후 새누리당 사람들에겐 대세론을 두려워하는 '대세론 트라우마'가 생겼다. 그런데 요즘 당 안팎의 몇몇 친박계 인사들은 대세론에 흠뻑 취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예상 밖의 4ㆍ11 총선 승리가 엉뚱하게 '트라우마 치료제'로 작용해 위험천만한 오만을 불러온 듯 하다.

이상돈 비대위원은 7일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당내 대선 후보 경선이 치열해야만 본선에서 유리하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고 강변했다. 그는 "2002년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패배한 것은 그 자신의 한계가 있었던 데다, 정몽준 후보가 노무현 후보를 위해 들러리를 섰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위원은 총선 이후'경선 무용론'과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대선후보 추대론'을 제기했다가 당내에서 뭇매를 맞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같은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당적도 없는 이 위원이 너무 무책임하고 거만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의 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이 위원이 친박계의 생각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비슷한 기류가 친박계 일부에 형성된 것은 사실이다. 요즘 박 위원장의 측근들에게 비박(非朴) 진영 대선주자들에 대한 대응 방안을 물으면 "우리가 왜 1, 2% 짜리 후보들과 일일이 상대해야 하느냐" 등과 같은 신경질적인 대답이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7일 기자와 만난 친박계 중진은 비박 주자들에 대해 "취미 생활 차원에서 출마한 것 같다"며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친박계 이정현 의원은 최근 "1%대 후보와 40% 후보를 놓고 완전국민경선제를 실시하자는 것은 요행을 바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박 위원장이 이 위원의 돌출 발언들을 묵인해 주는 것 아니냐" "몸조심을 하려는 것이 박 위원장의 의중 아니냐" 등 구구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부 친박계 인사들의 머리 속엔 '결과가 뻔한데 경선을 해서 뭐하느냐'는 생각이 들어 있는 듯하다. 이는 민주주의의 선거 원칙을 부정하는 교만이자, 현상 유지만 잘하면 대선에서 손쉽게 이길 수 있다는 착각이다. '부자 몸조심'과 오만이 겹쳐진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현 상태에서 여당의 대선주자 중 박 위원장이 대권에 가장 근접해 있는 것은 맞다. 그러나 친박계가 지금처럼 "이대로!"만 계속 외치면서 경쟁을 거부한다면 12월 19일 밤 뒤늦게 후회의 눈물을 흘리게 될지도 모른다. 10년 전 그 날 밤처럼 말이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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