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엘리제궁의 새 안주인이 될 발레리 트리에르바일레(47ㆍ사진)는 현 영부인인 카를라 브루니와 여러 면에서 비교된다. 이탈리아의 부잣집 딸이자 유명한 모델 출신인 브루니가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면, 현직 기자인 트리에르바일레는 평범한 가정 출신으로 자수성가의 대명사로 평가된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 승리한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당수와는 법적 결혼이 아닌 '시민 결합(Union Civil)'이라는 형태의 동거 관계여서 프랑스는 공화국 역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의 동거녀를 엘리제궁의 퍼스트레이디로 맞이하게 됐다.
1965년 2월16일 동부 앙제에서 6남매 중 5번째로 태어난 그의 원래 성은 마소노였다. 2차 대전 중 지뢰로 한쪽 다리를 잃은 아버지는 그가 21세 되던 해 세상을 등졌다. 파리 소르본 대학에서 역사와 정치학을 전공했고 정치학 석사학위를 받은 뒤 언론계에 진출했다. 시사주간지 파리마치에서 20년간 정치전문 기자로 활동했고 2005년부터는 디렉트8 TV에서 정치인이 출연하는 토크쇼를 진행하며 유명세를 얻었다.
트리에르바일레라는 성은 파리마치 동료 기자였던 두 번째 남편의 성으로, 그와의 사이에서 3명의 자녀를 뒀다. 올랑드와는 88년 총선 당시 취재원과 기자로 처음 만난 뒤 2006년부터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당시 올랑드는 30여년 간 정치적 동반자이자 연인으로 지내온 세골렌 루아얄과 4명의 자녀를 두고 있었지만, 루아얄이 2007년 5월 대선에서 니콜라 사르코지 대중운동연합 후보에게 패한 뒤 결별했다. 올랑드는 2010년이 돼서야 트리에르바일레와의 관계를 공식 인정했다.
현직 기자인 그는 엘리제궁 입성 후에도 일을 계속한다는 입장이어서 처음으로 '직업을 가진 영부인'이라는 기록도 남기게 됐다. 그는 대선 유세 기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올랑드가 당선돼도 기자 일을 그만두지 않을 것"이라며 "국가의 돈으로 살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올랑드 당선 뒤 트위터에 "프랑스의 새 대통령과 동행하게 돼 자랑스럽다"며 "올랑드와 삶을 공유하는 게 여전히 행복할 뿐"이라고 썼다.
한편 AFP통신은 "루아얄은 여전히 사회당의 주요 인물"이라며 "올랑드 내각에서 역할을 맡거나 의회 대변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