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작가의 장편소설 <태백산맥> 이 이르면 올해 안에 영어와 러시아어로 번역 출판된다. 태백산맥>
남도의 진한 사투리와 복잡한 시대적 배경, 지극히 한국적인 정서를 이국의 언어로 옮기는 건 난해한 작업일 터. 그런데도 정작 '일'을 벌인 당사자는 자신감이 넘쳤다.
최근 조 작가와 <태백산맥> 의 영어·러시아어 출판 계약을 체결한 영문출판사 놀리지펜의 대표 나탈리아 코발레바(35)는 7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난관을 극복할 자신이 없으면 시작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태백산맥>
그는 "<태백산맥> 의 영어·러시아어판이 나오면 세계의 독자들이 그 뛰어난 문학적 가치를 인정하게 될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태백산맥> 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등극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태백산맥> 태백산맥>
러시아 태생인 나탈리아 대표는 8년 반 동안 한국에 머물며 우리나라의 언어, 역사, 정치 등을 두루 공부했다. '한국통'으로도 불린다. 러시아 세인트피터스대 동양학부에서 한국학을 전공하다 2000년 어학연수를 위해 교환학생으로 연세대를 찾으면서 한국 땅을 처음 밟았다. 연수 뒤 고려대 영어교육과로 편입해 졸업했고, 2008년 런던정경대에 입학하기 전까진 고려대에서 정치외교학 석사 과정을 밟았다.
가족들과 한국의 뿌리 깊은 인연이 그의 한국행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 "할아버지가 2차 세계대전 때 지금의 북한 땅에서 일본군과 싸웠던 이야기를 자주 하셨어요. 고모도 한국어와 한국 역사를 전공했고요. 그래서인지 어렸을 때부터 벗어날 수 없는 어떤 힘이 저와 한반도를 묶어 두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강한 이끌림에 '한국 공부'에 매진한 그였지만 한국을 제대로 이해하기란 늘 역부족이었다. 그러다 2006년 <태백산맥> 을 집어 든 게 영어ㆍ러시아어판 출간 계획으로까지 이어졌다. 당시 주변에 "한국의 언어 구조를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문학 작품을 소개해 달라"고 하자 너도나도 <태백산맥> 을 추천했다. 낯선 사투리에 당황하고 등장인물 이름을 혼동하기 일쑤였지만 이내 흥미로운 스토리에 빨려 들었다. 사투리의 규칙성이 파악되자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빨라졌다. 태백산맥> 태백산맥>
"등장인물들의 다양한 캐릭터와 스토리의 견고함이 톨스토이의 작품을 연상하게 했어요. '옳고 그름', '좌와 우'의 이분법적 편가르기가 얼마나 부질없는가를 드러내는 문학적 방식에 매료됐습니다."
이런 문학적 완성도 외에도 <태백산맥> 을 두 가지 언어로 번역 출판 하겠다고 마음 먹은 이유는 또 있다. 영어권과 러시아어권 독자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한반도는 한 때 미국과 소련 간 이데올로기의 각축장이었고 <태백산맥> 도 당시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정작 두 나라 국민들은 이런 내막을 전혀 모르고 살아가는 것 같아요. (번역판이 출간되면)영어권, 러시아어권 독자들이 이데올로기 갈등으로 큰 고통을 겪었던 한국인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겁니다." 태백산맥> 태백산맥>
나탈리아 대표는 "원저자의 의도와 스타일을 잘 살리면서도 외국 서적이라는 거부감이 들지 않도록 '현지화 과정'에 신경 써서 번역하는 일만 남았다"고 했다. 영어판 <태백산맥> 1권은 올해 가을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공개된다. 태백산맥>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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