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소설 '태백산맥' 영어·러시아어로 번역 출판하는 나탈리아 코발레바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소설 '태백산맥' 영어·러시아어로 번역 출판하는 나탈리아 코발레바

입력
2012.05.07 12:10
0 0

조정래 작가의 장편소설 <태백산맥> 이 이르면 올해 안에 영어와 러시아어로 번역 출판된다.

남도의 진한 사투리와 복잡한 시대적 배경, 지극히 한국적인 정서를 이국의 언어로 옮기는 건 난해한 작업일 터. 그런데도 정작 '일'을 벌인 당사자는 자신감이 넘쳤다.

최근 조 작가와 <태백산맥> 의 영어·러시아어 출판 계약을 체결한 영문출판사 놀리지펜의 대표 나탈리아 코발레바(35)는 7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난관을 극복할 자신이 없으면 시작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태백산맥> 의 영어·러시아어판이 나오면 세계의 독자들이 그 뛰어난 문학적 가치를 인정하게 될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태백산맥> 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등극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러시아 태생인 나탈리아 대표는 8년 반 동안 한국에 머물며 우리나라의 언어, 역사, 정치 등을 두루 공부했다. '한국통'으로도 불린다. 러시아 세인트피터스대 동양학부에서 한국학을 전공하다 2000년 어학연수를 위해 교환학생으로 연세대를 찾으면서 한국 땅을 처음 밟았다. 연수 뒤 고려대 영어교육과로 편입해 졸업했고, 2008년 런던정경대에 입학하기 전까진 고려대에서 정치외교학 석사 과정을 밟았다.

가족들과 한국의 뿌리 깊은 인연이 그의 한국행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 "할아버지가 2차 세계대전 때 지금의 북한 땅에서 일본군과 싸웠던 이야기를 자주 하셨어요. 고모도 한국어와 한국 역사를 전공했고요. 그래서인지 어렸을 때부터 벗어날 수 없는 어떤 힘이 저와 한반도를 묶어 두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강한 이끌림에 '한국 공부'에 매진한 그였지만 한국을 제대로 이해하기란 늘 역부족이었다. 그러다 2006년 <태백산맥> 을 집어 든 게 영어ㆍ러시아어판 출간 계획으로까지 이어졌다. 당시 주변에 "한국의 언어 구조를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문학 작품을 소개해 달라"고 하자 너도나도 <태백산맥> 을 추천했다. 낯선 사투리에 당황하고 등장인물 이름을 혼동하기 일쑤였지만 이내 흥미로운 스토리에 빨려 들었다. 사투리의 규칙성이 파악되자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빨라졌다.

"등장인물들의 다양한 캐릭터와 스토리의 견고함이 톨스토이의 작품을 연상하게 했어요. '옳고 그름', '좌와 우'의 이분법적 편가르기가 얼마나 부질없는가를 드러내는 문학적 방식에 매료됐습니다."

이런 문학적 완성도 외에도 <태백산맥> 을 두 가지 언어로 번역 출판 하겠다고 마음 먹은 이유는 또 있다. 영어권과 러시아어권 독자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한반도는 한 때 미국과 소련 간 이데올로기의 각축장이었고 <태백산맥> 도 당시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정작 두 나라 국민들은 이런 내막을 전혀 모르고 살아가는 것 같아요. (번역판이 출간되면)영어권, 러시아어권 독자들이 이데올로기 갈등으로 큰 고통을 겪었던 한국인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겁니다."

나탈리아 대표는 "원저자의 의도와 스타일을 잘 살리면서도 외국 서적이라는 거부감이 들지 않도록 '현지화 과정'에 신경 써서 번역하는 일만 남았다"고 했다. 영어판 <태백산맥> 1권은 올해 가을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공개된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