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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고마워요" 하늘로 보낸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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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고마워요" 하늘로 보낸 편지

입력
2012.05.07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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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아저씨 저 나경이에요. 아저씨께서 매달 후원해주시는 생활비로 할머니와 잘 지낼 수 있었습니다. 저도 이 다음에 커서 아저씨를 본받아 남을 도우며 살고 싶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하늘에서도 행복하게 사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매일 이 곳에서 기도할게요. 아저씨 사랑해요."

조손가정의 이나경(17ㆍ가명)양이 지난해 9월 세상을 떠난 '철가방 기부천사' 김우수씨에게 보낸 어버이날 편지다. 고아로 자라 세상 외로움을 일찌감치 깨달은 김씨는 2006년부터 불의의 사고로 숨지기 직전까지 어린이재단을 통해 매달 3만원씩 기부해 이양을 후원해왔었다. 중국집 배달원으로 월 70만원을 벌며 고시원에서 생활하는 어려운 가운데서도 기부를 하는 김씨의 사연이 지난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김씨의 감동적인 삶을 재조명한 영화와 그의 선행을 담은 동화책이 제작되기도 했다.

하지만 김씨가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생을 달리했는데도 이양은 당시 고마움의 큰절도, 작별 인사도 하지 못했다. 사고 소식에 급히 빈소까지 달려갔지만 많은 카메라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어 차마 고인의 영정 앞에서 나서지 못했다. 당시 그의 빈소는 각계 각층에서 온 조문객 400여명으로 북적였다.

이양은 김씨 생전에 전하지 못한 감사의 뜻을 담아 김씨 빈소에 편지를 놓고 갔고, 어린이재단이 가정의 달과 어버이날을 맞아 7일 이를 공개했다.

두 사람의 작은 기부를 둘러싼 아름다운 인연은 세상에 꽃씨가 되어 퍼져 나갔다.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앞에선 고 김우수씨와 이나경 양의 사연을 기념해 '나누는 당신, 고맙습니다'라는 행사가 열렸다. 시민 1,000명에게 카네이션과 이양이 작성한 편지를 프린트해 나눠주며 가정의 달을 맞아 소중한 사람에게 감사의 카네이션을 나누자는 취지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국제아동후원단체인 월드비전에서 봉사활동을 한 안정희(23)씨는 "아프리카 아이들이 한국인 후원자에게 보낸 감사의 편지를 번역하는 봉사를 하면서 얼굴도 모르는 후원자에게 매일같이 편지를 보내는 게 처음엔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며 "도움을 받는 입장이지만 편지를 통해 고마움을 표현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그 아이들은 행복해 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날 카네이션과 함께 이양의 편지를 받아 본 회사원 김수한(34)씨는 "어버이날에 부모님께 어떤 선물을 해야 할지 머리가 아팠는데 이양의 편지를 읽다 보니 어버이날에 부모님께 선물과 더불어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해야 할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다.

어린이재단 이서영 팀장은 "김우수씨가 돌아가시고 얼마 후 나영양이 '안타깝고 미안하다. 모두가 아저씨를 칭찬하는 지금 나는 고마움을 전하고 싶어도 듣지 못하는 곳에 계신다는 게 죄송하다'는 말을 전해왔는데 이제 그 마음이 널리 알려지게 됐다"며 "고마운 사람에게 편지를 쓸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새삼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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