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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북한은 긴장을 먹고 사는 집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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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북한은 긴장을 먹고 사는 집단이다

입력
2012.05.07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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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가 심상치 않다. 현 정부 출범후 경색국면을 면치 못하고 있는 남북관계는 2010년 천안함, 연평도포격 사건을 정점으로 극한 대치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느낌이다.

북한이 4월 20일 김일성광장에서 이명박정부를 규탄하는 대규모 군중집회를 여는가 하면 사흘 뒤엔 북한의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 '특별작전행동소조'명의로 국내 특정 언론매체를 거명하며 "혁명무력의 특별행동이 곧 개시된다"는 협박성 경고메시지를 내놓았다. 우리 군과 국방부는 이에 맞서 "수도권 이남에서 발사하더라도 평양 노동당사에 있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집무실 창문까지도 타격할 수 있다"는 크루즈미사일의 실전배치 상황을 공개하는 등 상호 자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남북 양측이 서로 유사시 '즉각 원점타격"을 공언하고 있다는 데에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 여기서 초미의 관심사는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다. 안타깝게도 북한의 도발은 변수가 아니라 상수이다. 북한의 도발은 시간문제이지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긴장을 먹고 사는 집단이기 때문이다.

천안함, 연평도도 우리가 느닷없이 당했다고 하나 나중에 알려진 것처럼 북측이 이미 사전에 경고메시지를 발동한 것으로 받아 들여야 한다. 1차 연평해전(1999)에서 참패한 북한이 보복성 도발로 우리측에 피해를 입힌 것이 2차 연평해전(2002)이고 대청해전(2009)에서 패한 북한군이 4개월여 만에 벌인 보복성 도발이 천안함폭침(2010)이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연평도 포격도 당일 오전 북측이 "좌시하지 않겠다" 운운하며 호국훈련 사격중단 전통문을 보냈으나 우리 군은 북한의 상투적인 요구사항으로 치부하고 무시하였다는 것이 국회 답변과정에서 밝혀진 바 있다.

우리의 안보불감증은 북한체제를 보는 시각과 한반도 전쟁재발 가능성에 대한 안이한 자세에서도 찾을 수 있다.

남북이 극한 대치상황으로 가는 요즘 우리측의 대응은 북한을 정상국가(집단)로 상정하고 대응방책을 강구하려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든다. 북한이 정상국가라면 국제법상으로 전쟁행위가 명백한 천안함, 연평도사건을 일으켰겠는가.

3대 세습체제 안착에 여념이 없는 북한은 내부적으로도 완벽한 통제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남북관계의 안정적 관리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즉, 북한의 군사적 도발은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하시라도 발생할 수 있으며 그 경우 우리 군은 수없이 되뇌인 대로 '즉각 원점타격'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북한 역시 원점타격을 공언하고 있는데 이는 결국 남북간의 전쟁을 의미한다.

안보불감증은 한반도 전쟁발발 가능성에 대한 평가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른바 안보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북이 자멸하는 길이기 때문에 전쟁은 절대 못 일으킨다'(정상국가 상정)는 주장과 전면전을 몰라도 '국지전'정도는 일어날 수 있다는 의견 등 분분하다.

우선 전면전과 국지전을 구분하는 이분법은, 종심이 짧고 인구와 산업시설이 과밀하게 몰려 있는 서울과 수도권이 DMZ에서 불과 40~50Km 정도 떨어져 있는 한국의 실정에서는 구별의 실익이 없다. 즉, 영국과 아르헨티나의 포클랜드 전쟁(1982)이나 1948년 이래 세 차례에 걸쳐 벌인 인도와 파키스탄간의 카슈미르전쟁과 같은 국지전은 한반도 지형에서는 생각할 수 없다.

다시 말해 북의 군사도발은 남측의 원점타격의 대상이 될 것이고 북측 또한 그들 나름의 또다른 원점타격을 시도할 것이기 때문에 이는 일순간에 전면전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일각에서는 북한이 재도발해 전쟁상황에 돌입하게 되면 압도적으로 우세한 한ㆍ미 연합군이 북한에 진주해서 남북통일의 과업을 이루어내자는 야심찬 계획도 있을 수 있겠으나, 이는 G2국가의 다른 하나인 중국이 허용할 수 없는 선택지이다.

결론적으로 현재로서 최상의 방책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정상국가 한국이 북한체제에 대한 자극적 언행을 자제하고 보다 유연한 대북 포용기조를 유지해 나가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본다.

김경수 명지대 국제정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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