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아는 데 정말로 아버지만한 사람이 없을까? <한비자> 에 지자막여부 (知子莫如父)라는 말이 나온다. 제환공(齊桓公)을 도와 중원의 패자가 되게 한 관중(管仲)이 늙어 병들어 누워 있을 때, 그를 문병 온 제환공이 "앞으로 정치를 누구에게 맡겨야 되겠소?"하고 물었다. 관중은 이렇게 대답했다. "신하를 아는 데는 임금만한 사람이 없고, 자식을 아는 데는 아비만한 사람이 없다 했습니다. 임금님께서 잘 생각해 결정하십시오." 한비자>
■ 춘추전국시대 진(晉)의 대부 기해(祁奚)는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원수로 알려진 해호(解狐)를 후임으로 추천했다. 깜짝 놀라는 왕에게 기해는 "제게 물으신 것은 누가 적임자냐는 것이지 제 원수가 누군지 물으신 게 아니잖습니까?"하고 말했다. 그 뒤 국위(國尉)라는 벼슬의 적임자를 천거하라고 하자 기해는 서슴없이 아들 오(午)를 추천했다. 모두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그는 아들에 대해서는 자기가 가장 잘 안다고 했다. 이른바 기해거자(祁奚擧子)의 고사다.
■ 30여 년쯤 전에 아버지가 이 말을 한 적이 있다. "지자막여부라고 하지 않더냐. 결혼 문제 등 모든 걸 나와 의논해달라"는 말이었다. 그때는 마지못해 그러겠다고 대답했지만, 아버지가 나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 게 없다는 생각에서 돌아가실 때까지 한 가지도 상의하지 않았다. 오히려 당신의 희망과 어긋나게만 행동했다. 그 뿐인가. 칼럼 쓰는 것을 기화로 <부지자막여부(不知子莫如父)> , 아버지만큼 아들을 모르는 사람도 없다는 글을 쓰는 행패를 부리기까지 했다. 부지자막여부(不知子莫如父)>
■ 이제 거꾸로 아버지의 처지에서 살펴본다. 두 아들에 대해 뭘 얼마나 알고 있을까. 지자막여부라는 말을 할 자신은 손톱만큼도 없다. 어느덧 그들은 그들대로 성년이 되었고, 나는 나대로 일만 하며 살았던 것 같다.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충분한 줄 알았다. 아직 아이들로부터 부지자막여부라는 말을 듣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지자막여부라는 말을 할 수 있는 아버지는 장하고 복되다. 그러니까 이 글은 어버이날에 쓰는 반성문이다.
임철순 논설고문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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