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골프의 희망' 리키 파울러(24)는 2010년 마음 고생이 심했다. 우승 없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신인왕을 차지하면서 자질 문제에 시달렸다. 특히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 등 유럽 선수들은 당시 PGA에서 1승을 올린'차세대 골프황제'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파울러에게 신인왕을 빼앗겼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후 파울러는 PGA 투어에서 우승을 하지 못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힙합 스타일의 옷과 모자만 튄다는 비난도 쏟아졌다. 반면 매킬로이는 지난해 메이저대회인 US오픈에서 정상에 오르면서 세계랭킹 1위까지 올라서기도 했다.
매킬로이에게 밀려 와신상담하던 파울러가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PGA 투어 67번째 대회 만에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파울러는 7일(한국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퀘일할로 골프장(파72)에서 끝난 PGA 투어 웰스파고 챔피언십(총상금 650만달러)에서 연장 접전 끝에 매킬로이, D.A. 포인츠(미국)를 누르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우승 상금은 117만달러(약 13억3,000만원)다.
PGA 투어에서 준우승만 네 차례 한 파울러는 이날 마지막 라운드에서 3타를 줄이며 14언더파 274타를 쳐 매킬로이, 포인츠와 함께 연장전에 들어갔다. 18번홀(파4ㆍ478야드)에서 열린 첫 번째 연장전에서 파울러(326야드)와 포인츠(322야드)는 드라이버를 잡고 페어웨이에 안착시켰고, 매킬로이(339야드)는 3번 우드로 페어웨이를 지켰다.
하지만 승부는 아이언 샷에서 갈렸다. 파울러는 152야드를 남겨두고 51도 웨지를 들고 홀 컵 1.2m에 떨어뜨려 가볍게 버디를 잡았다. 반면 매킬로이와 포인츠는 핀에 가깝게 붙이지 못해 파 세이브를 하는데 그쳤다. 매킬로이는 아쉽게 공동 2위에 머물렀지만 세계랭킹 1위에 복귀하게 됐다.
PGA 투어 데뷔 3년 만에 정상에 선 파울러는 매킬로이와의 자존심 대결에서 모두 승리하며 '천적'으로 자리매김을 했다. PGA 신인왕 경쟁에서 매킬로이를 누른 그는 지난해 10월 천안 우정힐스 골프장에서 열린 내셔널 타이틀인 코오롱 한국오픈에서 매킬로이를 6타 차로 따돌리고 프로 전향 후 첫 우승의 기쁨을 맛봤고, 이번 대회에서도 매킬로이와의 연장 접전 끝에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파울러는 "공격적인 두 번째 샷이 좋았다. 완벽했다"며 "매킬로이와의 동반 플레이를 오랫동안 기다려왔다.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활짝 웃었다.
파울러는 일본인 외할아버지와 미국 원주민 외할머니의 피를 물려받았다. 오토바이, 힙합을 사랑하는 그는 지금도 모토 바이크 레이스와 노래를 발표하고 있다.
한국 선수 중에는 '영건' 노승열(21ㆍ타이틀리스트)이 공동 9위(9언더파 279타)로 시즌 첫 톱10에 입상했다. 강성훈(25ㆍ신한금융그룹)은 공동 26위(6언더파 282타), 배상문(26ㆍ캘러웨이)은 공동 57위(이븐파 288타)로 대회를 마쳤다.
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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