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4월까지 올해 충무로의 주요 키워드는 '재기'나 '중견' 또는 '귀환'일 것이다. 흥행에 있어 꺼진 불이라 여겨지던 많은 감독들이 올 상반기 재활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인물은 정지영 감독이다. 14년만의 장편영화 '부러진 화살'로 342만5,462명(6일 기준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을 모았고, 지난달 열린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선 최우수작품상을 안았다. 이토록 화려한 복귀는 아마 드물 것이다.
다큐멘터리로 명성을 쌓은 변영주 감독과 데뷔작 '불신지옥'으로 평단의 호평을 받은 이용주 감독도 보기 좋게 재기에 성공했다. 변 감독은 '화차'(242만6,439명)로, 이 감독은 '건축학개론'(387만9,029명)으로 생의 가장 화려한 흥행 성적을 일궜다. 데뷔작이 은퇴작으로 여겨지곤 하는 최근 충무로의 지나친 조로현상을 생각하면 참 고무적인 흥행 성과들이다.
충무로에서 중견감독 다시 보기 운동이라도 벌어질 만한 이때, 한국형 블록버스터 '미스터 K'를 둘러싼 이명세 감독과 JK필름의 갈등은 찬물을 끼얹는 일과도 같다.
둘의 만남은 충무로에서 크나큰 화젯거리였다. 개성적인 영상미를 고집해온 이 감독과 대중의 기호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JK필름이 어떤 화학적 완성물을 만들어낼까를 놓고 기대와 우려가 함께했다.
JK필름의 대표인 '해운대'의 윤제균 감독이 주요 투자사인 CJ엔터테인먼트의 반대를 물리치고 이 감독의 연출을 관철시켰을 때 충무로의 기대는 한껏 부풀었다. 윤 감독이 한 술자리에서 이 감독에게 "이제 (너무 예술적인) 'M'같은 영화하시면 안됩니다"라고 말했고, 이 감독은 "걱정 마라. 1,000만 영화 만들 것이다"며 기분 좋게 화답했다고도 한다. 하지만 둘은 감정싸움과 날 선 대립을 거듭한 채 영화계가 우려했던 것보다 더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며 결국 서로 등을 돌리게 됐다.
이 감독은 "JK필름이 감독의 창작권을 무시했다"고 비판하는 반면 JK필름은 "이 감독이 당초 의도한 대로 영화를 만들지 않았다"고 반박한다. 이 감독은 JK필름의 제작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했고, JK필름은 이 감독의 업무 스타일을 잘 몰라 사단이 벌어졌다는 게 영화계의 주된 분석이다. '미스터 K'라는 같은 꿈을 꾸면서도 양쪽의 속내는 너무나 달랐다는 것이다.
'미스터 K'가 남긴 상처는 당분간 영화계 전체의 아픔으로 남을 듯하다. 예술적 성향이 강한 중견감독에 대한 자본의 배척은 더욱 늘어날 것이고, 자본을 향한 감독들의 경계심도 커질 것이다. 창작과 자본 사이에 불신의 벽을 더욱 높인 셈이다. 이 감독과 JK필름의 갈등은 법적 다툼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그 싸움의 결과가 어떻게 되든 모두가 패자다.
wender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