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원지동 서울추모공원 내 국립중앙의료원 부지 사용을 놓고 서울시와 보건복지부간의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국립의료원 이전에 대한 서초 구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추모공원 옆 부지에 국립의료원이 이전하기로 했지만 시간이 흘러도 이전 움직임이전혀 없기 때문이다. 서초구 주민 조선식(59)씨는 "혐오시설인 화장장이 들어올 때 주민들에게 의료원도 같이 들어오도록 하겠다고 약속한지가 언제인데 좀처럼 지켜질 기미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립의료원 이전 문제는 이미 십여 년 이상 된 문제이다. 2001년 서울추모공원 건립부지로 서초구 원지동으로 결정돼 화장장 등이 들어서게 되자 서초주민들은 혐오시설 유치를 완강히 거부했다. 보건복지부는 2003년 국립의료원을 추모공원 부지 내로 이전하는 안을 제시해 주민들의 합의를 얻었다. 그러나 일부 주민들이 추모공원 건립 반대 소송을 제기해 2007년에야 겨우 종결됐다. 그 이후 추모공원은 계획대로 추진돼 올 1월 제대로 그 역할을 하게 됐다. 그 동안 국립의료원 이전도 우여곡절 끝에 2010년에 서울시와 국립의료원 간에 서울추모공원 부지 내 국립의료원 신축ㆍ이전에 관한 상호협약(MOU)이 체결돼 사업 추진을 위한 발판이 마련됐다.
하지만 추모공원 내 부지 사용 문제를 놓고 협의하는 과정에서 복지부가 추모공원 내 부지를 무상임대하거나 임대료를 장기분납하기를 원하는 반면, 서울시는 시유지 무상임대는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이를 거부해 협상이 지지부진해진 상황이다.
반면 이전을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찮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국립의료원 이전은 축소 이전이라며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보건의료노조 등은 최근 "국립의료원 이전은 도심의료 기능의 공동화와 공공의료의 훼손을 초래할 것"이며 "추모공원 내 부지는 협소해 수익성만 추구하는 국립의료원이 될 것"이라고 이전을 반대했다. 김연선 서울시의원도 "도심의 의료 공동화에 대한 대처 방안도 없이 이전하는 것은 문제"라며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부지를 개발하기 위해 매각 이전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울시와 복지부, 국립의료원 측 모두가 서로 책임을 미루며 이전을 둘러싸고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전 당사자인 국립의료원 관계자는 "협상의 주체가 우리가 아니어서 지켜보고 있을 뿐"이며 "서울시와 복지부의 협의만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 부지를 매각해 이전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국립중앙의료원이기도 하지만 실질적 이용자가 서울시민이니 서울시도 일정 부분을 부담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서울시 관계자 역시 "국립의료원 이전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라며" 하지만 재원 문제 때문에 진척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서초구민들은 이같이 협의 당사자들의 미온적인 태도에 홀로 답답할 뿐이다. 한 구민은"화장장 등을 세울 때는 당연히 국립의료원이 들어올 것처럼 약속하더니 아직까지 이러는 건 주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겠다는 얘기냐"며 "신속히 협상을 마무리 짓고 (국립의료원) 이전을 서둘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지현 시의원은 "구민과 합의한 사항을 이행하기 위해 서울시와 복지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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