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 저축은행이 6일 영업정지되면서 이제 공은 금융당국에서 검찰로 넘어갔다. 이들 저축은행은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은 것과 다름없기 때문에 검찰 수사는 뱅크런에 대한 우려 없이 매우 빠르게 진행될 전망이다. 지난해 9월 제일, 토마토저축은행 등 7개 저축은행이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을 때 솔로몬저축은행 등은 적기시정조치 유예 처분을 받아 8개월 동안 자구책을 마련해왔다. 검찰 입장에서는 그 기간 동안 이들 저축은행에 현미경을 들이대고 부실을 찾아내는 데 넉넉한 시간을 제공받은 셈이 됐다.
실제로 검찰은 금융당국에서 넘겨받은 자료와 광범위한 계좌추적, 그리고 자체 첩보 등을 통해 저축은행 대주주들의 수상한 자금 흐름을 정밀 분석해왔다. 따라서 금융당국의 고발 직후 자료 확보를 위한 강제 수사 및 대주주와 경영진 줄소환 등 수사가 일사천리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검찰 관계자는 "유예기간 동안 충분히 내사했기 때문에 이들 저축은행 경영진의 핵심 범죄 혐의를 이미 상당부분 파악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미래저축은행 김찬경 회장이 검찰 수사를 피하려고 중국 밀항을 시도한 것도 범행을 사실상 시인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수사 초점은 저축은행 부실을 초래한 대주주와 경영진의 비리에 우선적으로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 대주주가 '제왕적 지위'를 갖고 불법 대출 등에 직접적으로 개입한 사실은 지난해 1, 2차 부실 저축은행 수사에서 이미 드러났다.
검찰이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상호저축은행법상 금지된 대주주 자기대출과 차명 차주를 통한 회사 돈 빼돌리기다. 대주주가 각종 편법을 동원해 거액의 대출을 일으킨 후 부동산개발사업 등 자기 사업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보거나 개인 채무를 변제하는 데 대출금을 사용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는 대출 자체도 불법이지만 손실이 고스란히 은행과 고객에 지워진다는 점에서 심각한 범죄행위라는 것이 검찰의 인식이다.
차명대출은 필연적으로 또 다른 차명대출을 일으키고 이것이 부실대출의 반복으로 이어지는 것도 문제다. 지난해 구속기소된 제일저축은행 유동천 회장의 경우 고객 1만1,000여명의 명의를 도용해 1,200억원이 넘는 불법대출을 받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대주주들이 주식투자와 부동산ㆍ외제차 구입, 유흥비 사용 등 서민의 쌈짓돈을 개인 용돈처럼 사용했는지 집중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주주들이 은행 돈을 사금고(私金庫)처럼 사용하면 필연적으로 정ㆍ관계 로비가 발생하기 때문에 이 부분은 수사 후반기의 하이라이트가 될 전망이다. 대주주들의 만성적인 비리는 이들의 약점을 잘 알고 있는 은행 직원과 브로커들의 금품 갈취 행위로 이어지고, 결국 이를 감추기 위한 정ㆍ관계 로비가 뒤따른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부실대출도 짚고 가야 할 부분이다. 검찰은 대주주들이 친분 있는 지인들에게 사업성 검토도 안 하고 담보도 제대로 잡지 않은 채 거액을 대출한 경우가 빈번하다고 보고 동일인 한도를 초과해 대출했는지 등을 정밀하게 따져볼 방침이다. 지난해 검찰 수사에서 에이스저축은행은 고양종합터미널 시행업자에게 충분한 여신심사 없이 7,000억원을 대출해줬다가 대부분 회수하지 못했다. 제일저축은행의 경우 유흥업소 여종업원의 선불금을 담보로 업주에게 거액을 대출해 주기도 했다.
검찰은 또 대주주들이 은행 돈을 횡령해 차명으로 보유하거나 해외로 빼돌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은닉 재산 확보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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