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선 검역중단, 후 조치"를 요구하는 여론을 무시한 채 미국산 쇠고기 개봉검사 비율을 50%로 유지하면서 피해의 불똥이 엉뚱하게 수입업체들에게 튀고 있다. 50% 개봉검사가 이어지자 통관 처리 물량이 평소의 20% 수준으로 급감해 유통이 제대로 안될 뿐 아니라 제품 선도(鮮度)가 떨어져 업체들이 민사소송까지 고려하고 있다.
여인홍 농림수산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최근 미국산 쇠고기 개봉검사 수준을 계속 유지할 지 여부에 대해 "50%인 현 개봉검사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여 실장은 청와대 등에서 검토하고 있는 100% 개봉 검사에 대해서는 "100% 개봉검사는 현실적으로 힘들다. 지금 통관 속도가 평소의 20%대로 떨어져 있고 처리물량이 누적되면 적체가 더 심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통관 지연에 따른 피해는 검역현장에서 이미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다. 검역관들이 미국산 수입쇠고기 제품 포장을 절반이나 열어 조사하다 보니 20도가 넘는 야외 공기에 노출돼 제품 선도가 떨어지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이 제품들이 판매처로 유통되면 선도 하락에 따른 가격 인하가 불가피하다.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관계자는 "자기 물건의 50%를 개봉해 검역검사를 하면 어느 누가 좋아하겠느냐"며 수입업자들의 불만이 팽배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세관이 평소 3%만 개봉검사하는 점을 감안하면 50% 개봉검사는 검사 역량을 넘어서는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게다가 검역이 강화하면서 통관 지연으로 수입 물량이 이전보다 더 오래 냉동창고에 머무르게 되면서 수입업체의 물류비용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정치경제적 이유로 검역 완화를 고려하지 않고 있어 늘어나는 수입업체 피해를 막기 위한 해법이 마땅치 않다.
수입업체들은 최악의 경우 수입제품 통관 지연에 따라 입은 피해에 대해 민사소송 등에 나설 것을 검토하고 있다. 검역검사본부에 따르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업체가 검역검사를 거친 후 수입신고를 하면 3일 내 수입신고 필증을 발부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개봉검사 비율이 대폭 늘면서 검역기간이 지연돼 수입신고 자체가 미뤄지고 있다.
농식품부는 "수입업체가 통관 지연으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면 검역중단 외에 다른 대책이 있느냐"는 질문에 묵묵부답이다. 수입업계 관계자는 "아직 검역강화 초기라 큰 문제가 없지만 장기화되면 수입 지연과 제품 질 하락 등 피해가 명백해지기 때문에 다들 소송을 포함한 향후 대처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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