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에 약탈당한 이천오층석탑의 본격적인 반환운동이 올해로 4년째를 맞고 있지만 여전히 환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본측은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일본 작가 그림과 맞교환하자는 터무니 없는 요구를 하며 사실상 반환을 거부하고 있다. 이천오층석탑 환수위원회는 최근 이 문제를 국제사회에 공론화시켜 일본을 압박하고 나섰다.
6일 이천시와 이천오층석탑 환수위원회에 따르면 11세기 고려 초기 이천향교 부근에 건립된 것으로 기록된 이천오층석탑은 일제 강점기인 1918년 토목ㆍ건축사업을 하던 오쿠라 기하치로(大倉喜八郞)에 의해 일본으로 유출됐다. 국보급 유물로 평가 받는 높이 6.48m, 폭 2.1m의 이천오층석탑은 현재 도쿄 오쿠라슈코칸(大倉集古館) 뒤뜰 한 켠에 자리하고 있다. 2003년 재일교포 김창진씨가 이천문화원에 석탑 환수운동을 제의해 2008년 8월 환수위가 결성, 본격적인 반환운동이 시작됐다.
하지만 본격 환수운동이 시작된 지 4년이 됐지만 여전히 반환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환수위원회의거듭된 반환요구에 일본 오쿠라문화재단은 최근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근대 일본화의 거장 요코야마 다이칸(橫山大觀ㆍ1868~1958)의 그림 '정적(靜寂)'과 맞교환을 요구했다. 요코야마 다이칸 그림은 고려청자가 20엔 가량 하던 시절, 조선왕실이 일본의 압력에 못 이겨 점당 500~3,500엔이라는 터무니없는 고가로 작품을 구입하느라 왕실 예산이 고갈돼야 했던 아픈 역사의 기억이 배어있는 작품이다.
환수위원회는 당연히 돌려줘야 할 약탈문화재를 놓고 물물교환을 요구하는 것은 반환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고 석탑을 돌려받기 위한 해법을 국제사회에서 찾기로 했다. 수탈 문화재 문제를 국제사회에 공론화시켜 일본 측에 대한 압박카드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환수위원회는 우선 지난달 29일부터 2일까지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에폴리스에서 열린 미국박물관협회 총회에 참가해 석탑 반환의 당위성을 알렸다. 환수위원회 대표단 5명은 영어와 프랑스어, 일본어 등 4개 국어로 된 이천오층석탑 홍보물을 총회에 참여한 해외 박물관장과 학예사 등에게 전달했다. 특히 환수위원회는 내년 5월 브라질에서 개최되는 세계박물관총회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석탑반환을 위한 활동을 적극 펼칠 계획이다.
환수위원회 관계자는 "국제사회 공론화 뿐만 아니라 KT&G의 협조로 이천과 여주지역 700여 곳의 담배소매점에 석탑 환수 홍보 포스터 부착할 계획"이라며 "또한 하이트 진로(주)의 참이슬 소주병에 홍보문안에도 이를 게재해 범 국가적인 환수운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환수위는 또 이달 말 석가탄신일을 맞아 설봉공원에서 환수의지 표명을 위한 제2회 탑돌이 문화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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