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노래주점 화재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 9명 중 6명이 부산 금정구의 자동차 부품생산업체 ㈜기수정밀의 근로자들로 밝혀졌다. 특히 이들 대부분은 고졸 새내기 사원이거나 코리안드림을 품고 한국에 온 스리랑카 근로자들로 확인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박성범(20)씨 등 고졸 새내기 사원 5명, 가얀(28)씨 등 스리랑카인 3명 등 8명은 5일 퇴근 후 함께 부산의 대표적 유흥지인 서면을 찾았다가 참변을 당했다. 이들 대부분은 어린이날로 휴일인 5일에도 정상 출근해 근무를 했고 S노래주점에서 일행의 친구 4명과 동석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들 12명은 건물 평면도 상 비상구가 위치한 부속실 바로 옆 룸(상황도 1번 룸)에서 유흥을 즐겼지만, 화재 당시 탈출구를 찾지 못해 통로를 오가다 6명만 탈출에 성공하고 나머지는 결국 질식사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들은 출구쪽으로 향하던 중 화염을 보고 후퇴하는 등 우왕좌왕하다 쓰러진 것으로 추정된다.
회사 관계자는 "숨진 한국인 근로자들은 자동차 부품생산을 담당하는 고졸출신 현장 근로자로 입사 1, 2년 차의 새내기여서 누구보다 열심히 일을 했다"며 "사고를 당한 외국인 근로자들은 평소 매우 순박하고, 성실하게 일해 왔기 때문에 더욱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가얀씨 등 숨진 스리랑카 근로자 3명은 지난해 7월 산업연수자로 입국해 입사한 뒤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선반공으로 근무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회사에 남아있던 스리랑카 근로자들이 동료의 참변소식을 듣고 울음바다가 됐다"고 전했다.
사측은 사고가 난 다음날인 6일 새벽 간부들 중심으로 긴급히 회사에 모여 상황파악에 나서는 한편, 외국인 근로자의 특수성을 감안해 장례 절차를 논의 중이다.
기수정밀은 종업원이 170여명에 이르는 유망 중소기업으로, 사흘 전인 4일 고용 확대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 공로로 부산시로부터 '고용우수기업 인증서'를 받기도 했다. 이 회사는 27명이 베트남· 스리랑카 출신 외국인 근로자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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