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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통합진보당/ 운동권 조직 문화가 패권주의로 변질… 진보 위기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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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통합진보당/ 운동권 조직 문화가 패권주의로 변질… 진보 위기 불렀다

입력
2012.05.06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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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까지 나올 줄 몰랐다. 갈 데까지 갔다."

통합진보당 당권파의 막가파식 행태에 진보 진영 인사들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과거 운동권에서 통용되던 '조직 보위' 논리가 자기 반성과 성찰을 잃은 배타적 패권주의로 무참히 변질됐다는 탄식도 쏟아지고 있다. 통합진보당이 전면적 체질 개선을 하지 않으면 진보진영 전체가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소설가 공지영씨는 "표가 아까운 것 처음이다. … 대체 지성은 무엇이고 자기 성찰은 무엇일까"라면서 당권파의 행태를 성토했다.

진보당 당권파가 당내 비례대표 후보 경선의 시스템 부실을 인정하지 않고 도리어 "당원의 자존심과 명예"를 내세우며 반격에 나선 것은 과거 재야 운동권의 '조직 보위 논리'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많다. 2008년 전교조 여교사 성폭행 사건 등에서도 드러났듯이 조직 내 비리ㆍ부정이 발생해도 외부 탄압의 빌미가 될 수 있다며 사건을 은폐하거나 비리 연루자를 감싸는 것이 재야 운동권 일부의 고질적 병폐로 지적돼 왔다. 특히 주사파 성향의 NL(민족해방) 계열 운동권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주대환 사회민주주의연대 대표는 "주사파는 학생 때부터 끈끈하게 맺어져 서로 생활비를 지원하고 챙겨줄 정도로 결속력이 강하다"며 "조직을 위해 십일조를 내는 등 신앙공동체와 유사한 면이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조직 보위 논리는 과거 권력의 탄압에 맞서기 위해 나왔지만, 지금은 자기 조직의 권력만을 좇는 패권주의 문화로 변질됐다는 게 진보 인사들의 지적이다. 옛 민주노동당에서 당권파의 전횡을 겪다가 결국 분당(分黨)을 추진한 진보신당의 김종철 부대표는 "다른 정파와 평소에는 잘 지내다가도 내부 권력 문제를 놓고는 타 정파를 '적'으로 규정하고 죽기 살기로 싸운다"고 말했다. 김 부대표는 "NL계에는 원래 '어려울 때 동지를 배신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뿌리깊게 박혀 있는데, 애초 이루려던 목표는 사라지고 '조직'만 남은 꼴"이라고 말했다.

타인에겐 엄정하면서 자신에게 관대한 이중 잣대도 이 같은 문화와 무관하지 않다. 4, 5일 진행된 진보당 전국운영위 회의에서 당권파는 시종 "진상조사위가 편파적 조사로 우리 당원(자파 조직원)들을 모욕했다"고 반박했다. 자신의 조직원들은 순수하고, 타 정파가 당권을 빼앗기 위해 모함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주 대표는 "이들은 적과 아군, 흑과 백, 선과 악 등을 아주 단순하게 구분하면서 모든 잘못은 상대 때문에 벌어진 것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특히 일부 당권파가 종북주의적 성향을 갖고 있는 탓에 조직 문화가 음지에서 기형적으로 뒤틀렸다는 지적도 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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