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파주에서 어린이 책 잔치가 열렸다. 그중 하루를 나도 책 파는 여자가 되어 부스를 지키다 보니 책을 구경하거나 사러 온 여러 가족들을 자연스레 관찰할 수 있었다. 가족 단위로 와서 책 고르기에 한창인데 책 도우미는 못할망정 나는 책 파느라 여념 없는 후배들에게 이런저런 귓속말 하기 바빴다.
이러쿵저러쿵 외모를 가지고? 물론 그 부분도 아예 예외였던 건 아니나 주로 책을 대하는 한 가족의 어떤 자세에 대해 집중적으로 관찰일기를 써댔던 것 같다.
보고 싶은 책을 서로간에 별 간섭 없이 바퀴 달린 여행용 캐리어에 사 담은 채 드르륵 끌고 가는 집이 있는가 하면, 5,500원짜리를 30퍼센트 할인해서 3,850원에 파는 책임에도 불구하고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책은 어떻다 작가는 누구다 사이즈는 이만하다 하나하나 설명한 뒤에도 허락을 못 구한 아내가 있는, 가족마다 책을 소비하는 형태의 그 다름에 대해서 말이다.
책 한 권을 놓고 봐야 하네, 볼 필요 없네, 쉽게 말할 때 그 침이 튀는 방향에 내가 만든 책들이 놓여 있기도 했다. 책을 알고 책의 민심을 꿰뚫으려면 정말이지 의자를 박차고 종종 거리로 나와야겠구나, 하는 결심으로 목에 낀 먼지나 좀 삭혀볼까 먹자골목을 도는데 술집마다 사람들로 가득이었다. 어린이날에 어린이를 위해 민물매운탕을 먹은 한 가족, 어버이날에 어른들을 위해 무엇을 먹을 것인가.
김민정 시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