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사회당 당수의 별명은 '미스터 평범'이다. 두드러지지 않은 외양에 성격마저 부드럽고 온건한 이 점잖은 중년 남성에게 이보다 더 적합한 별명을 붙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말랑한 과자 '마시멜로'가 그의 또 다른 별명인 것을 보아도 올랑드의 성격을 알 수 있다. 대통령 자리를 놓고 다툰 니콜라 사르코지는 언변에 거침이 없고 저돌적인데다 호사스럽고 화려한 생활을 즐겨 '에너자이저' 혹은 '블링블링' 으로 불린다. 단순하게 보자면, 평범하고 온순한 사람이, 톡톡 튀고 개성 강한 사람보다 짧은 시간에 더 많은 관심을 받기가 어려우니 그런 점에서 올랑드는 다른 사람의 눈길을 받는데 사르코지보다 불리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최근 세계인은 두 사람 가운데 올랑드에 더 주목하고 있다. 그가 프랑스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올랑드는 4월 22일 치러진 프랑스 대선 1차 투표에서 사르코지를 제압했다. 그 뒤 진행된 여론조사에서도 늘 사르코지를 앞섰다. 물론 사르코지가 막판에 분발, 격차를 좁혔다고 하니 누가 승리할지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여론조사의 결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올랑드의 승리가 유력해 보인다.
세계가 프랑스 대선의 결과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단순히 서방 주요국 지도자의 교체 가능성 때문이 아니다. 프랑수아 미테랑 이후 17년 만에 등장하는 좌파 정권인데다 올랑드가 약속한 정책이 사르코지의 그것과 많이 다르고 그 정책이 실현될 경우 유럽 나아가 세계 경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올랑드는 연소득 100만유로 이상의 고소득층에게 75%의 소득세율을 매기고 동성결혼과 동성커플 입양권을 합법화하며 아프가니스탄의 프랑스군을 올해 말까지 철수하겠다고 약속했다. 청년층 일자리 15만개를 창출하고 중장년층의 일자리 50만개를 확보하며 3월 합의한 유럽의 신재정협약을 재협상하겠다고도 했다. 신재정협약은 사르코지 대통령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함께 주도한 합작품으로, 유럽 국가들에 긴축재정을 압박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가 주장한 신재정협약 재협상은 긴축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현재 유럽에서는 긴축 반대 요구가 거세다. 그리스, 스페인은 물론 체코, 루마니아 같은 동구권에서도 긴축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이어졌다. 긴축정책으로 해고되고 임금이 깎이고 연금이 축소되니 못살겠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4월 초에는 약사 출신의 70대 그리스 노인이 정부의 긴축정책에 반대하며 국회의사당 앞에서 권총으로 자살했는데 그 충격적인 죽음에 많은 그리스 사람이 "긴축정책 때문에 죽었다"고 반응한 것은, 긴축에 대한 이 나라 사람의 생각을 잘 보여준다. 영국 국민이 3일 지방선거에서 긴축정책과 부자감세에 대한 반발로 야당인 노동당에 승리를 안겨준 것을 보면, 유럽의 국민이 이제 긴축 반대 시위를 넘어 권력 교체를 시도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프랑스 대선은, 같은 날 치러진 그리스 총선과 더불어 그 결과에 따라 긴축정책에 대한 대대적인 반격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시장은 '올랑드 리스크'를 언급하며 잔뜩 경계하고 있지만, 14년 전 국제통화기금(IMF)의 가혹한 조건을 피눈물로 받아 들고도 제대로 저항조차 못했던 우리에게는 긴축과 맞서는 유럽인의 저항이 마냥 남의 일 같지가 않다.
박광희 국제부장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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