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부정 관련 기사가 연일 언론의 주요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일찍이 없던 일이다. 현실 정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과도한 지면 할애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없지 않지만 원내 제3당으로 부상한 진보정당에 대한 일반국민의 관심과 기대 수준이 그 만큼 높아졌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통합진보당은 그에 걸 맞게 공당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정희 공동대표를 비롯한 당권파의 행태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이 대표는 당 진상조사위의 조사 결과에 대해 "편파적 부실조사"라며"불신에 기초한 의혹만 내세울 뿐 합리적 추론도 하지 않았다"면서 수용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비례대표경선이 부실하게 치러질 수밖에 없는 현실적 사정이 있었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진상조사위 조사로 드러난 부정 실태는 그런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용인될 수 있는 한계를 넘었다.
당권파가 비당권파에게 지분보장을 전제로 물밑 거래까지 시도했다니 도덕성이 생명인 진보세력의 행태라고는 믿기지 않는 추악한 모습이다. 당권파는 수습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소집된 전국운영위원회에서도 진상보고서를 신뢰할 수 없다며 회의진행을 방해하는 등 격렬하게 맞섰다. 결국 전국운영위원회는 당권파의 방해를 피해 전자회의를 열어 당 지도부와 경선을 거친 비례대표 당선자 및 후보 14명의 전원 사퇴를 권고하는 등의 결정을 내렸다. 비례대표 후보 경선과정에 심각한 절차적 하자가 있었던 만큼 피할 수 없는 수순이다.
당권파가 끝내 이 결정을 거부한다면 통합민주당은 파국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분당과 당 해체론까지 나오는 판이다. 당권파의 핵심이라는 이석기 당선자의 의원직에 집착하는 모습은 공당으로서의 최소한의 체통도 무시하는 파렴치가 아닐 수 없다. 경기동부연합 출신들이 주축을 이루는 당권파의 의식은 자신들만이 절대 선이며, 목적을 위해 어떤 수단도 정당화할 수 있다는 지하 운동권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통합진보당의 당권파는 미몽에서 깨어나 시대의 흐름에 맞게 사고방식과 의식을 발전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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