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시각장애 인권변호사 천광청(陳光誠)의 미국행을 허용한 것을 두고 중국 인권의 개선 가능성에 대한 상반된 전망이 나오고 있다.
먼저 중국이 예전과 달리 전향적 태도를 보였다는 것을 긍정적 신호로 보는 시각이다. 천 변호사의 친구인 장톈용(江天勇)은 "중국 중앙정부 관리들이 병원으로 찾아와 천 변호사를 만났다"며 "천 변호사가 미국으로 가기 전 친구들을 만나고 싶다고 하자 즉석에서 승인했다"고 말했다고 홍콩 밍(明)보가 6일 전했다.
천 변호사는 가택연금 중 당한 공권력 남용에 대해서도 관리에게 구체적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AFP통신은 익명을 요구한 한 미국 관리가 "천 변호사가 중국 관리에게 2010년 가택연금 상태에 들어간 후 자신과 가족에게 자행된 공권력 남용과 초법적 행위를 상세하게 얘기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는 중국 당국이 사건의 원인과 재발 방지 등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다. 천 변호사의 지인들이 해외 언론과 인터뷰하는 것을 막지 않은 것도 이전과 다른 모습이다. 일각에선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평소 보편적 가치인 법치와 인권을 중시하고 정치개혁 목소리를 높인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중국이 당장 인권 관련 개혁에 나설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실제로 천 변호사의 탈출을 도운 일부 인사는 아직도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천 변호사의 친구인 여성 인권운동가 쩡진옌(曾金燕)이 홍콩 대학에서 입학 허가를 받고 당국에 승인을 요청했으나 아무런 답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6일 보도했다. 천 변호사의 미국 유학은 지극히 예외적 사례일 뿐이며 이를 갖고 중국 인권의 변화를 기대하는 것이 무리라는 이야기다.
천 변호사의 미국행에는 다소 관측이 엇갈린다. 가족이 아직 여권조차 없는 데다, 천 변호사도 탈출 과정에서 손, 발이 세 군데나 부러져 치료가 필요한 만큼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그러나 천 변호사의 미국 유학을 권유한 것으로 알려진 제롬 코언 뉴욕대 법학교수는 "천 변호사를 곧 뉴욕대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천 변호사가 최악의 곤경에서 찾은 사람이 바로 코언 교수"라며 "그는 1970년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일본에서 납치됐을 당시 구명 운동을 한 적이 있다"고 소개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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