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근무 중 발병한 백혈병으로 지난해 숨진 박모씨의 장례식에 맞춰 삼성그룹 규탄 미신고 집회를 개최하고 경찰의 해산 명령에 불응한 혐의로 기소된 김모(48)씨 등 7명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일부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미신고 옥외 집회 또는 시위로 인해 다른 사람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명백하게 위험이 초래된 경우에 한해 해산을 명할 수 있고, 해산 명령 불응에 의한 집시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다"며 "미신고 집회라는 이유만으로 해산할 수 있다고 한다면 사실상 집회의 사전신고제를 허가제처럼 운용하는 것과 같아 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관혼상제에 해당하는 장례에 관한 집회는 원칙적으로 사전신고가 필요하지 않지만, 김씨 등이 미리 준비한 현수막을 들고 거리를 행진한 것은 순수한 추모의 범위를 넘은 시위에 해당하므로 관할 경찰서장에게 사전에 신고하지 않은 부분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회원인 김씨 등은 지난해 4월 박씨 장례식에 맞춰 병원과 삼성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경찰의 해산 명령에 불응한 혐의로 기소돼 1, 2심에서 벌금 50만~70만원이 선고됐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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