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진도에서 뱃길로 한시간 걸리는 작은 섬 조도. 하루 3~5편의 배편이 고작이고, 바람이 심하거나 안개가 끼면 그조차 뜨지 못한다. 연중 석달은 이런 날씨 때문에 외부와 단절된다.
목포에서 근무하던 조연주(47) 교사가 조도고에 부임한 것은 2010년 3월이었다. 전교생은 불과 20여명. 교통이 불편해 남들은 꺼리는 학교였지만, 초등학교를 조도에서 다녔던 그는 자원했다.
34년만에 귀향한 조 교사의 눈에 가장 먼저 띈 것은 저녁을 거르는 아이들이었다. 학원은 고사하고 도서관, 독서실 조차 없는 섬이라 공부할 곳은 오직 학교뿐. 그러나 야간자율학습을 해야 하는 아이들은 굶거나 컵라면, 과자로 배를 채웠다.
조 교사는 “편부모 가정, 조손가정 학생들은 저녁 도시락을 싸올 수 없는 형편이었다. 그래서 처음엔 고3생들에게만 김밥을 만들어 먹이다가 아예 전교생을 대상으로 저녁 급식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허름한 창고를 고쳐 식당을 만들었고, 학생들의 식판과 수저, 조리기구까지 마련했다. 주말이면 동료교사들과 함께 자비를 털어 식재료를 구입했으며, 방과후 조 교사는 ‘주방 아줌마’로 변신해 직접 밥과 반찬을 만들었다.
그의 ‘저녁 급식’이 알려지자 쌀 식재료 과일 등을 지원하는 후원자들이 하나둘씩 생기기 시작했고, 지역사회의 관심도 덩달아 높아졌다.
배고픔이 사라지자 학생들의 분위기도 바뀌었다. 지난해 대입에서는 이 학교 김빛나양이 서울대 지역균형선발 전형에 합격해 영어교육과에 진학했다. 1981년 개교한 조도고 첫 서울대 합격생이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교직원공제회는 올해 제정된 ‘대한민국 스승상’의 대상 수상자로 ‘밥짓는 섬마을 선생님’ 조 교사를 선정했다고 6일 밝혔다. 시상식은 11일 서울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리며 조 교사에게는 홍조근정훈장이 수여된다.
조 교사는 “혼자 상을 받게 돼 함께 고생한 동료 교사들에게 미안할 뿐”이라며 “조도고 아이들이 꿈을 잃지 말고 훌륭히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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