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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레임덕 없는 후진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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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레임덕 없는 후진타오

입력
2012.05.06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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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임기말 위상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최근 중국에선 후 주석의 연설이 두차례나 전국에 생방송됐다. 후 주석은 3일 CCTV로 중계된 미국과 중국의 제4차 전략경제대화 개막식 치사에서 "양국의 대립은 전세계에 큰 손해와 걱정을 끼친다"며 "대국적 관점의 새로운 협력 틀을 건설, 전세계를 안심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함께 전세계를 다스리겠다는 뜻을 은연중 드러낸 것이다. 그는 또 "중국과 미국은 나라의 사정이 달라 모든 의견이 일치할 순 없다"며 시각장애인 인권변호사 천광청(陳光誠) 사건과 관련, 미국의 잣대로 중국을 평가해선 안 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후 주석은 이후 천 변호사의 미국 유학 길을 전격 허용하는 통 큰 결단으로 인자함과 외교력을 한껏 과시했다.

4일에는 중국공산주의청년단 창립 90주년 기념식에서 '중요 강연'을 통해 "청년들은 '과학발전관'의 실현을 관철시켜야하는 시대적 사명을 지녔다"며 청년의 역할을 촉구했다. 런민(人民)일보는 '청춘의 빛으로 부흥의 길을 환하게 비추라'는 1면 사설에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기 위해 후진타오 동지를 총서기로 하는 당 중앙의 주위에서 중국특색사회주의의 기치를 높이 들고 과학발전관을 관철시키는데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학발전관은 후 주석이 집권 초기부터 주창해 온 지도이념이다.

심지어 전국의 청소년과 학생들이 후 주석의 강연에 깊은 감명을 받아 그 내용을 학습하기 시작했다는 보도까지 잇따르고 있다. 후 주석이 이날 ▦원대한 꿈을 꿀 것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할 것 ▦어려움 속에서도 분투할 것 ▦새로움을 개척할 것 ▦고상한 품행을 유지할 것 등 '청년에게 기대하는 다섯 가지 희망사항'을 발표한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공산당의 사상과 결정을 선전하는 것이 가장 큰 책무인 중국 언론의 특성을 감안한다 해도 최근 신문과 방송을 통해 확인되는 후 주석의 위상은 집권 초기에 비해 오히려 더 강해지는 형국이다. 더구나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서기의 낙마로 후 주석의 공청단파는 갈수록 세를 불리고 있다. 보 전 서기가 그 동안 후 주석을 강력하게 견제했던 상하이방(上海幇)-태자당 연합세력의 대표 인물이기 때문이다. 공천단의 창립 90주년 기념식에 후 주석을 비롯, 중국을 이끄는 9명의 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들이 모두 참석한 것도 이를 대변한다.

이처럼 후 주석의 주가가 임기 막판에도 상한가를 치는 반면 이 대통령의 정치적 위상은 언론 보도만으로 볼 때에는, 더 이상 떨어질 곳을 찾기 힘들 정도이다. 이 대통령의 일반 동정은 단신 처리되기 일쑤거나 보도조차 되지 않을 때가 많다. 이 대통령의 멘토와 최측근 참모로 불리던 권력 핵심들은 줄줄이 서초동에 불려가고 있다. 대선자금 수사가 이뤄질 경우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 대통령이 한때 국정 비전으로 제시했던 '저탄소녹색성장'은 이제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다. 연일 주창되고 확대되는 후 주석의 과학발전관과 대조되는 대목이다.

사실 개인차는 있겠지만, 이 대통령뿐 아니라 5년 단임제 아래의 한국 대통령은 대부분 임기 후반기로 접어들며 적잖은 권력 누수 현상에 시달려야 했다. 이는 산적한 민생 현안을 해결하는 데도, 시급한 국제 정세의 변화에 대응하는 데도 득 될 게 없다. 대통령 자신 뿐 아니라 국민과 국가 모두에게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곧 열릴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국내에서조차 영향력을 잃은 이 대통령이 얼마나 큰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본다면 문제의 심각성을 가늠할 수 있다. 국익과 직결된 문제다.

우리도 중국처럼 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나 이제는 단임제의 폐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을 할 때가 됐다. 날마다 커가는 중국을 바로 옆에 둔 우리는 한 시간도 허송세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박일근 베이징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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