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결선투표를 통해 니콜라 사르코지 현 대통령을 꺾고 당선된 프랑수아 올랑드는 프랑수아 미테랑(1981~95년 재임) 이후 17년만에 프랑스에서 탄생한 좌파 대통령이다. 선거전이 시작된 후 사르코지와 양자대결 여론조사에서 한번도 앞자리를 내주지 않은 올랑드는 현 정권의 경제 실정을 집중 공략해 1차 투표와 결선투표에서 사르코지를 모두 따돌리고 엘리제궁 입성에 성공했다.
올랑드 당선에 전유럽 긴장
긴축보다 성장에 무게를 두는 올랑드가 프랑스 대통령에 당선됨에 따라, 유럽연합(EU) 재정위기 해법에 대한 논쟁이 본격적으로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랑드는 독일이 주도하는 긴축 위주의 해법 대신 정부 투자를 늘리는 성장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는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이내로 제한하는 EU 신재정협약을 재협상하겠다고 공언했다. 지금은 정부가 씀씀이를 줄일 때가 아니라 지출을 늘려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려주는 게 더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결국 긴축을 유로존 재정위기의 해법으로 제시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 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되지만, 독일이 최근 올랑드의 성장 중시 구상을 일부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양국 정상이 어떤 식으로 의견을 조율해 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올랑드의 사회당 정권은 증세도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 연소득 100만유로(약 15억원) 이상 고소득자에게는 세율 75%를 적용하기로 했으며 10%까지 치솟은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교사 6만명을 충원하고 공공부문 정년을 62세에서 60세로 되돌릴 계획이다. 사회당 정권과 부자들의 갈등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올랑드는 누구
54년 프랑스 북서부 도시 루앙에서 이비인후과 의사 아들로 태어난 올랑드는 프랑스 정치엘리트의 산실인 국립행정학교와 파리정치대학을 졸업한 뒤 변호사와 대학교수로 일했다. 74년 대선에 도전한 미테랑 캠프에 참여한 올랑드는 79년 사회당에 입당하며 정계에 입문했다. 81년 총선에서 27세의 나이로 우파 유력 정치인 자크 시라크(훗날 프랑스 대통령)에게 도전했다가 쓴 잔을 마신 올랑드는 88년 선거에서 당선되어 의회에 입성했다.
사회당 내에서 중도파로 분류되는 그는 '보통 남자' '이웃집 아저씨'란 별명을 얻을 정도로 대중에 특별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으나, 좌파 유력 후보였던 도미니크 스트로스칸의 성추문 덕분에 기회를 잡았고 지난해 10월 사회당 경선에서 유력후보 마르탱 오브리를 꺾고 사회당 대선 후보에 지명됐다.
올랑드는 2007년 대선에서 사르코지에게 패배한 세골렌 루아얄과의 사이에 네 자녀를 두고 있다. 현재는 루아얄과 결별한 뒤 기자 출신의 발레리 트리르바일레와 동거생활을 하고 있다.
선거가 남긴 상처
결선투표라는 프랑스 특유의 대선 과정을 통해 유권자 과반수의 지지를 얻어냈지만, 이번 선거전이 프랑스에 분열이라는 상처를 남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1968년 이후 가장 분열된 국가를 맡을 것"이라고 6일 전했다. 선거를 거치며 급진적 색채가 강해진 우파와, 경직된 좌파 사이의 거리가 더 멀어졌다는 것이다.
사르코지가 극우 국민전선 후보인 마린 르펜의 지지층을 흡수하기 위해 "700개에 달하는 이슬람 사원이 올랑드를 지지한다"는 등 극우적 수사를 사용한 것이 분열 현상을 특히 심화시켰다고 인디펜던트는 지적했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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