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정지 발표를 앞둔 4일 우리은행에서 회삿돈 200억원을 빼내 중국으로 밀항하려다 검거된 김찬경(55) 미래저축은행 회장은 30년 전 ‘가짜 서울 법대생’ 사건으로 세간의 화제가 됐던 인물이다.
중졸 출신인 그는 1978년 군 복무 중 만난 서울대 법대생에게 “나도 검정고시로 서울법대에 합격한 뒤 곧바로 입대했다”고 속인 뒤, 제대 직후인 1980년부터 복학생인 양 학교에 다녔다.
법대생들과 어울려 강의를 듣고 각종 모임에 참가했으며, 서울대 검정고시출신 학생대표도 맡았다. 3년간 교내 활동에 적극 참여한 그를 ‘가짜 서울대생’으로 의심하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김 회장은 82년 1월 서울대 법대생 행세를 하며 법대 황모 교수의 주례로 간호사와 결혼을 했다. 그는 83년 태연히 졸업사진까지 찍었으나, 앨범에 졸업생의 본적과 출신고교를 기재하는 과정에서 사기 행각이 드러났다. 나중에 경찰 수사 과정에선 졸업 후 갚겠다며 자신이 과외를 했던 학생 집을 담보로 은행 융자를 받은 사실도 밝혀졌다.
김 회장은 가짜 서울대생이라는 사실이 발각된 이후에도 법대 동문들과 연락을 끊지 않았다. 그는 타고난 언변과 사교성을 바탕으로 이런저런 사업을 벌였고, 채석장 개발 사업에 성공해 큰 돈을 벌었다. 이후 서울 강남 테헤란로와 제주 등지에 빌딩과 부동산을 매입하면서 큰 손으로 행세했다.
외환위기 직후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던 그는 제주에 기반을 둔 한국상호신용금고(미래저축은행의 전신)를 인수한 뒤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2002년 예산저축은행, 2005년 삼환저축은행을 인수해 각각 대전과 서울까지 영업망을 넓혔고, 2009년에는 한일저축은행(미래2→스마일)을 인수했다.
그러나 무리한 사업 확장은 부실을 초래할 수밖에 없었다. 2010년 6월 말 9.34%이던 BIS 자기자본비율은 1년만인 작년 6월 말 -10.17%까지 고꾸라졌고, 작년 말에는 -16.20%까지 떨어져 도저히 회복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김 회장의 체포 소식을 접한 미래저축은행 관계자는 “임직원 모두 패닉상태”라며 말문을 닫았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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