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의 대안으로 성장을 내세운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후보가 프랑스 대통령에 당선됨에 따라 유럽연합(EU)의 금융위기 해법 변화 가능성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긴축을 주도한 독일은 대화의 뜻을 밝히면서도 올랑드의 공약인 유럽연합(EU) 신재정협약 재협상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재확인, 양국 간 기싸움이 시작되는 양상이다.
긴축에 실망한 유권자
유럽에서 금융위기가 불거진 후 정권이 바뀐 나라가 프랑스만은 아니다. 지난 2년 동안 10개국에서 좌우파를 막론하고 집권 정당이 패했다.
유권자들이 등을 돌리는 이유는 정부가 위기 해결을 이유로 긴축 정책을 폈지만 도리어 사정이 더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스페인과 영국이 지난해 4분기 이어 올해 1분기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EU 27개 회원국 중 11개국이 더블딥에 빠졌다. 3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실업률은 10.9%로 1999년 유로존 출범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 홀저 슈미에딩 런던 베런버그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긴축은 잘 쓰면 장기적 경쟁력 향상의 기초가 될 수 있다"면서도 "좋은 약을 너무 많이 쓰면 환자의 몸이 상한다"고 말했다.
성장-긴축 기싸움 예고
프랑스의 정권교체는 올랑드 당선자가 긴축의 대안으로 성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다른 국가의 그것과 차이가 난다. 올랑드는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3%를 넘고 국가부채가 GDP의 60%를 초과할 경우 EU 차원에서 제재하는 신재정협약의 재협상을 추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신재정협약을 주도한 독일의 태도가 무엇보다 주목된다. 금융위기 이후 사르코지와 '메르코지 동맹'을 구성해 보조를 맞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프랑스 대선기간 동안 사르코지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메르켈은 프랑스 대선 결과가 나온 직후 올랑드에 축하 전화를 걸었지만 신재정협약에 대해서는 분명한 선을 그었다. 메르켈은 7일 기자회견에서 "신재정협약은 25개 국가가 논의하고 추인한 것"이라며 "재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게 독일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메르켈은 "우리는 성장정책을 논의해왔으며 프랑스의 새 대통령이 강조한 것은 발전적 논의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정부는 올랑드 초청 의사를 밝혔고 올랑드 역시 "독일과 가장 먼저 대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15일 올랑드 취임 후 열릴 것으로 전망되는 양국 정상회담은 성장과 긴축 논의의 향방을 가늠할 중요 전기가 될 전망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올랑드가 신재정협약을 완전히 뒤집기보다 메르켈의 양보를 얻어내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랑드의 승리를 계기로 유럽의 지도자들도 긴축에 성장 정책을 가미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호세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은 "우리는 유럽경제의 지속적 성장이라는 공통 목표를 갖고 있다" 고 말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역시 "성장이 중요 의제로 돌아오고 있다"고 말해 성장 논의에 힘을 보탰다.
성장 정책 실패하면 재난
회의적 시각도 만만치 않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7일 "성장 정책이 실패하면 재난이 될 수 있다"며 "올랑드의 긴축 거부는 불을 가지고 노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 주도의 성장 정책이 지속적 효과를 나타낼 수 있을지 의문을 표시하는 전문가도 많다. 길레스 모엑 도이체방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구조적 개혁이 없으면 충분한 투자 증가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유럽 국가 사이에 재정정책을 완화하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돼도 경제 지표를 향상시키기 위한 실질적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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