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1위 솔로몬저축은행의 퇴출로 최근 1년여 동안 업계 1~5위의 대형 저축은행이 모두 문을 닫는 운명이 됐다. 10위권까지 확대하면 무려 6곳이 영업정지 됐다. 저축은행 업계에 ‘대마불사(大馬不死)’가 아니라 ‘대마필사(大馬必死)’라는 얘기가 나도는 이유다.
대형 저축은행들이 줄줄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은 작년 2월부터. 2010년 말 기준 업계 4위였던 부산저축은행은 계열사인 대전저축은행의 유동성 부족으로 동반 부실에 빠져 2011년 2월 17일 영업정지 됐다. 이틀 뒤에는 당시 업계 5위였던 부산2를 포함해 중앙부산, 전주 등 부산저축은행의 전 계열사가 문을 닫았다.
이어진 검찰의 수사는 대형 저축은행 몰락의 신호탄이었다. 부산저축은행 등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서 대규모 불법ㆍ부실대출이 적발되자, 금융당국은 지난해 7월 85개 저축은행에 대한 전수검사를 실시하는 등 업계 전반을 향해 칼을 빼 들었다. 이어 같은 해 9월 제2차 구조조정이 단행됐다.
당시만 해도 자산규모 2조원이 넘는 대형 저축은행은 살아남을 것이라는 대마불사론이 팽배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업계 2, 3위인 토마토저축은행과 제일저축은행을 포함해 6개 저축은행을 시장에서 전격 퇴출시켰다. 검사 결과 PF 부실이 여전했으며, 동일차주 여신한도 규정 위반 등 위법사항도 대거 적발됐기 때문이다. 토마토와 제일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이 각각 마이너스(-) 11.47%와 -8.81%까지 추락하는 등 이미 손쓸 수 없을 정도로 부실이 심각한 상황이었다.
업계 2, 3위가 퇴출된 후에도 대마불사론은 여전했다. 2차 구조조정에서 적기시정조치(부실 금융회사 경영개선 명령)가 유예된 6개 저축은행 가운데 솔로몬(1위)과 한국(8위)을 포함해 자산 규모 2조원 이상 대형사가 3개나 됐기 때문이다. 이 때만 해도 금융당국이 1위 업체를 퇴출시킬 경우의 후폭풍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더욱이 솔로몬의 대주주는 호남 출신이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정치적 부담을 덜기 위해 검사결과 발표를 총선 이후로 미루면서까지 솔로몬을 포함시키는 강단을 보였다.
이에 따라 2010년 말 기준 84조6,000억원이던 업계 총 자산은 2차 구조조정 직후인 작년 10월 말 59조5,800억원으로 대폭 줄어든 데 이어, 이번 3차 퇴출 조치로 더욱 쪼그라들 전망이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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