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디도스 사건 특별검사팀에 의해 출국금지를 당한 것으로 4일 확인됐다. 조 전 청장은 또 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사자(死者) 명예훼손 혐의로 9일 검찰에 소환되는 것으로도 밝혀졌다. 경찰청장 퇴임 5일 만에 사면초가에 처한 상황이다.
디도스 특검팀의 출국금지는 조 전 청장이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선거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 사건에 대한 경찰의 수사를 지휘하면서 청와대 측의 압력을 받고 사건을 축소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당시 조 전 청장이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주고 받은 통화가 석연치 않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에서는 이에 대해 ‘수사 조율로 볼 근거가 없다’는 결론을 냈지만, 특검팀이 출국금지라는 강제조치까지 취한 만큼 결과를 예단하기는 이르다는 관측이다.
디도스 사건의 핵심은 과연 중앙선관위 디도스 공격을 지시한 ‘윗선’이 있었느냐 하는 것이다. 특검팀이 조 전 청장뿐 아니라 김 전 수석, 최구식 새누리당 의원에 대해서도 출국금지 조치를 한 만큼 답보 상태에 있던 사건 수사가 탄력을 받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백방준)는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으로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당한 조 전 청장을 9일 오후2시 소환 조사한다. 2010년 8월18일 노 전 대통령의 유족들이 고소장을 접수한 지 1년8개월 만이다.
조 전 청장은 2010년 3월 경찰 간부 교육 자리에서 “노 전 대통령, 뭐 때문에 뛰어내렸습니까? 뛰어버린 바로 전날 계좌가 발견됐지 않습니까? 차명계좌가…”라고 말했다. 그는 두 차례에 걸친 검찰 서면조사를 통해 차명계좌 관련 정보 입수 경위에 대해 “믿을만한 사람에게 전해 들었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검찰이 이 문제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리든 정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위험성이 크다는 점이다. 조 전 청장을 기소하면 차명계좌는 없다고 공식 선언하는 것이 되고, 불기소하면 차명계좌가 있다고 인정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정치적 고려 없이 증거에 따라서만 결론 내리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조 전 청장은 이날 “노 전 대통령 차명계좌가 어느 은행에 누구 명의로 돼 있는지 검찰에 출석해 모두 까겠다”고 자신이 말했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 “검찰 조사를 앞두고 구체적으로 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언급을 회피했다.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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