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시티 인허가 비리 사건 수사의 끝은 어디일까.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초기부터 "이번 수사는 파이시티 사건에 관한 것"이라고 강조하며 대선자금 수사나 박영준(52) 전 지식경제부 차관 비자금 수사 등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시선을 경계했다. 검은 돈의 흐름을 살펴보되 파이시티 인허가 로비 청탁과 관련된 것에 국한하겠다는 뜻이었다.
신속한 수사를 강조했던 검찰은 실제로 지난달 19일 파이시티를 압수수색한 지 보름이 되지 않아 현 정권 핵심 실세인 최시중(75)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구속하고 박 전 차관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데 성공했다. 검찰이 공언한 대로라면 수사는 사실상 종착역에 도착한 것이다.
하지만 파이시티와 최 전 위원장, 박 전 차관을 둘러싸고 제기된 그 동안의 의혹을 볼 때 검찰이 여기서 수사를 끝낼 것으로 보는 사람은 드물다. 검찰도 "추가적으로 단서나 혐의가 나온다면 당연히 수사한다"며 수사 확대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이 경우 최대 뇌관은 파이시티 이정배(55) 전 대표가 횡령으로 조성한 나머지 비자금의 사용처다. 파이시티 개발을 명목으로 이 전 대표가 금융권에서 받은 대출금은 1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중에서 2008년, 2009년 토마토저축은행에서 차명으로 대출받은 1,200억원을 포함해 이 전 대표의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돈은 2,000억원이 훌쩍 넘는다. 이 때문에 이 전 대표가 최 전 위원장과 박 전 차관에게 건넸다고 주장하는 61억원은 빙산의 일각일 뿐, 비자금 중 상당 부분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흘러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수그러들지 않는다. 개발이익만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형 이권사업의 인허가 과정에 서울시 공무원들이 연루됐을 것이라는 의혹이 계속되는 것은 그 때문이다. 검찰은 일단 강철원(48) 전 서울시 정무조정실장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한 상태다.
수사 확대의 관건이자, 이번 사건의 마무리를 위해 검찰이 가장 먼저 풀어야 할 숙제는 박 전 차관 수사 과정에서 불거진 이동조(59) 제이엔테크 회장에 대한 의혹이다. 박 전 차관의 자금세탁 창구이거나 비자금 관리인 혹은 자금줄로 지목된 이 회장은 이번 사건의 키맨으로 꼽힌다. 검찰은 이 회장이 포항의 한 은행에서 차명계좌를 통해 수시로 뭉칫돈을 입출금한 사실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돈의 성격이 박 전 차관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진다면 상당한 파장이 일 수밖에 없다. 나아가 박 전 차관이 이상득 새누리당 의원의 보좌관으로 10년 가까이나 일했던 만큼 이 의원에 대해서도 연루 의혹이 제기된다. 이 회장, 박 전 차관, 포스코로 이어지는 유착관계 의혹도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
이처럼 수사 확대의 필요성은 곳곳에서 감지되지만 중요한 것은 검찰의 의지 여부일 수밖에 없다. 대선자금이나 정권 실세의 비자금 관련 수사는 그 결과가 어디로 어떻게 튈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검찰이 박 전 차관의 신병을 확보하는 선에서 파이시티 수사를 일단 종결한 뒤 12월 대선 이후 별건으로 관련 수사에 착수하는 방안을 선택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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