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코 컨슈머' 주부의 궁금증
주부 강모(29)씨는 ‘에코 컨슈머(eco-consumer)다. 17개월짜리 아들을 위해 가능한 모든 제품을 친환경으로 산다.
야채 과일은 올가, 한살림, 초록마을에서 유기농이나 무농약 인증마크가 찍힌 것을 구입하고 고기도 호주산 유기농 쇠고기 다짐육을 사는 식이다. 우유는 종이팩이 아닌 유리병에 든 파스퇴르 유기농 우유를 먹이고, 과일 주스도 가공식품 대신 친환경 과일을 사서 녹즙기로 직접 갈아 먹인다. 생활용품도 모두 친환경제품인데, 공기청정기와 가열식 가습기, 연수기를 사용하고 에코내추럴, 에코넛 등 친환경 세제를 사용한다. 기저귀는 친환경인 세븐스 제너레이션과 하기스 내추럴, 물티슈는 무방부제를 강조하는 페넬로페와 몽드드 등을 사용한다.
그러다 보니 경제적 부담이 만만치 않다. 예컨데 오픈마켓 옥션에서 페넬로페 물티슈는 70매짜리 10팩이 2만원으로 80매짜리 10팩에 1만원 가량인 중소기업 물티슈 제품의 2배다. 홈플러스에서 판매하는 파스퇴르 유기농 우유(900㎖)는 6,930원으로 자체브랜드 우유(1ℓㆍ1,700원)나 서울우유(1ℓㆍ2,300원)에 비해 3배나 된다.
그렇다면 정말로 친환경 소비는 착한 소비일까. 비싼 값은 하는 것일까. 전문가들에게 최근 소비자들의 친환경 제품선호 경향에 대해 물었더니, 의외로 ‘과하다’는 답변이 나왔다.
먼저 채소의 경우 친환경 야채를 먹는 게 좋겠지만 일반 채소도 흐르는 물에 잘 씻어 먹으면 괜찮다는 의견이 있었다. 곽해수 세종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요즘은 농약도 물에 씻기는 종류만 사용하도록 규제가 철저하다”면서 “우유도 젖소가 유방염증 등으로 항생제 주사를 맞으면 3일 동안 착유가 금지될 정도로 일반 우유 역시 안전성이 잘 지켜지고 있어 무리하면서까지 유기농 우유를 찾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충환 건국대 생명공학과 교수는 “영양학적으로도 유기농의 우월성이 입증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미국에선 유기농 토마토가 일반 토마토보다 항산화물질(플라보노이드)을 훨씬 많이 갖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지만, 덴마크에선 5가지 야채와 과일을 유기농과 일반농법으로 재배한 결과 영양학적으로 전혀 차이가 없다는 결과가 나오는 등 학계에서 ‘정설’이 없다는 것.
만약 아기에게 아토피 등 알레르기 질환이 있는 경우라면 어떨까. 분당차여성병원의 한만용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아토피 질환에 유기농 식품이 특별히 좋다는 근거는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 교수는 “식습관 개선 운동을 한다며 아이들에게 생식과 채식, 단식을 권하는 웹사이트가 있는데 그대로 했더니 영양실조에 걸려 병원에 온 아기가 있었다”면서 “식습관이나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보다 정확한 원인을 찾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가공식품보다 가급적 천연 상태의 식품을 사서 요리해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데는 이견이 별로 없었다.
연수기 사용에 대해서도 부정적이었다. 박천욱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피부과 교수는 “이온교환 연수기 사용이 아토피 어린이에 효과가 있는지 검증한 결과 부모들이 ‘좋아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실제로는 사용하지 않은 어린이와 전혀 차이가 없었다는 연구결과가 지난해 해외 저널에 발표됐다”고 설명했다.
친환경 세제도 도마에 올랐다. 기술표준원 이석우 팀장은 “친환경 세제에는 계면활성제를 쓰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지만 실제로는 천연성분 계면활성제가 들어가며, 세척력이 일반 세제보다 떨어지기 때문에 오히려 물과 세제를 많이 사용하게 되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반 세제를 조금 쓰는 것이 오히려 나을 수도 있다는 것.
결국 문제는 ‘친환경 상업주의’였다. ‘건강에 좋을 것’ ‘환경에도 도움 될 것’이라는 소비자의 기대와 화학물질에 대한 공포심을 바탕으로 고가의 친환경제품을 판매하는 것은 자칫 마케팅과 상술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순주 녹색소비자연대 국장은 “소비자는 막연한 기대보다는 과학적 사고를 바탕으로 소비하고, 국가 사회적인 지원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 "헷갈려" "찜찜해"… 넘쳐나는 친환경 혹시나?
소비자들이 농축산물을 구입할 때 '친환경' 인증마크 유무를 확인하는 이유는 다소 비싸더라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시행되는 '친환경'인증제도는 단계가 지나치게 복잡한데다, 관리에도 허점이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우선 친환경 농산물의 경우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유기' ▦농약은 사용하지 않되 화학비료는 권장 시비량(施肥量)의 3분의 1만 사용하는 '무농약' ▦농약살포 횟수를 절반으로 줄이고 화학비료도 권장 시비량의 절반만 사용하는 '저농약'의 3단계로 나뉜다. 축산물도 ▦유기 농산물을 가공 생산한 유기 사료를 먹이고 항생제를 쓰지 않는 '유기'축산물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는 '무항생제' 축산물로 나뉜다. 농산물 친환경 인증제는 2001년, 축산물은 2003년 도입됐다.
그런데 농산물의 경우 "저농약은 농산물품질관리원 인증업무를 대신하는 감독단체가 농약을 덜 쓰는지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기 어려워 신뢰할 수 없다"는 비판이 늘어나자, 농산물품질관리원은 2010년부터 '저농약'제품의 친환경 인증제를 단계적으로 폐지했다. 하지만 생산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데다 '친환경'인증을 받을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저농약'이 친환경 농산물 중에 차지하는 비중은 급격히 증가했다. 2001년 저농약 친환경 농산물은 4만4,334톤으로 무농약 농산물 출하량보다 1만톤 정도 많았다. 그러나 2008년에는 저농약 친환경 농산물이 151만9,070톤으로 무농약의 3배에 이를 정도로 늘어났다. 2010년 저농약 인증제 폐지 이후 저농약 농산물 증가세가 수그러졌지만 여전히 저농약 농산물이 전체 친환경 농산물의 40.4%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게다가 재배 농가의 반발 때문에 폐지가 결정된 '저농약'제품도 2015년까지 계속 '친환경'마크를 부착할 수 있도록 경과조치가 시행되고 있어 소비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축산물의 경우 진정한 의미의 친환경 제품이라 할 수 있는 '유기' 축산물 인증량은 지난해 2만톤이었다. 반면 '무항생제' 인증량은 48만톤으로 압도적이다. 결국 우리가 친환경이라 믿고 먹는 축산물의 대부분은 '무항생제'일 확률이 높다. 문제는 무항생제 인증을 받은 축산농가에서도 알게 모르게 항생제를 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결국 축산물의 경우 친환경 인증제가 유명무실하게 운영되는 셈이다.
게다가 축산물 친환경 인증 기준에 '가축 복지'개념이 포함되지 않는다. 최근 열악한 사육환경 속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며 자란 가축들이 생산한 달걀이나 고기에 유해물질이 많다는 연구결과가 잇따르면서 '가축 복지'가 새롭게 관심을 받고 있다.
뒤늦게나마 농림수산식품부는 3월 하순부터 산란닭에게 활동할 수 있는 적절한 공간과 날아가 앉을 수 있는 '홰'를 설치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한 '동물복지 축산물 인증제'를 시행 중이다. 검역검사본부는 순차적으로 돼지고기와 육계, 육우 등으로 '가축 복지'를 확대할 예정이지만 아직까지는 대부분 무방비 상태다.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장경호 부소장은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관리감독이 신뢰할 수준까지 강화돼야 한다"며 "특히 축산물의 경우 동물복지 기준이 조속히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녹색소비자연대 녹색식품연구소 허혜연 팀장은 "친환경 인증 이력시스템에 등록되는 친환경 농축산물은 대부분 믿을 수 있지만, 그렇더라도 일반 농산물과의 가격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택하는 합리적 소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 부르는 게 값… "물가상승 부채질" 눈총도
돌 지난 딸을 키우는 박희선(35∙여)씨는 피부질환인 아토피로 고생하는 아이 때문에 걱정이 많다. 박씨는 딸 아이가 먹고, 입고, 자는 내내 아토피와 싸움을 벌이고 있다.
박씨가 아이를 위해 선택한 건 친환경 제품들이다. 덮고 자는 이불부터 분유, 옷, 로션 등 아이를 위한 모든 용품이 천연소재로 만들었거나 유기농 식품 등 친환경 제품들 뿐이다. 그렇다 보니 아이를 위해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백화점에서 산 아가방 덴버오가닉 이불세트는 35만4,000원, 에뜨와 오가닉 내의는 3만5,000원이다. 아기 손수건도 오가닉 무형광 유기농면 20장을 17만원이 넘게 주고 샀다. 같은 상표의 일반 손수건은 10장 세트가 1만원대다. 무려 10배 가까이 비싼 편이다. 박씨는 "친환경 제품이기 때문에 좋을 것이란 기대 때문에 비싸도 사게 된다"고 말했다.
비단 박씨 뿐만이 아니다. 친환경 제품에 대한 대중들의 맹목적인 믿음이 자연스럽게 '비싸도 괜찮다'라는 소비심리로 발전하면서 사람들의 경제적 부담을 키우고 있다. 실제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유아용 오가닉 이불세트는 30만~50만원대에 이를 정도로 비쌌다. 반면 일반 아기 이불은 10만~20만원대. 2배 이상 가격차이가 난다. 분유도 각 업체에서 판매하는 유기농분유는 2만~6만원대이다. 일반 분유는 2만원을 넘지 않는다.
농산물도 친환경 채소는 일반 채소보다 50% 가량 비싸다. 무농약 오이는 2개에 2,300원, 일반 오이는 2개에 990원이다. 친환경 애호박은 개당 2,300원이지만 일반 애호박은 개당 1,250원이다. 그런데도 친환경 제품을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대형마트들은 친환경 코너를 따로 두는 등 매대를 확대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불경기에도 친환경 식품은 꾸준히 매출이 오른다"며 "올해 1~3월까지 친환경 유기농 식품은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17.2% 상승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같은 친환경 제품이라도 가격이 제각각이라는 점이 문제다. 유아용 오가닉 이불세트의 경우 A브랜드는 20만원대, B브랜드는 30만원대, C브랜드는 50만원대로 각양각색이다. 친환경 농산물도 A대형마트에선 친환경 오이(2개)가 2,300원이지만, B마트에선 1,900원, C마트에선 3,000원 등 다양하다.
가격 차이는 쉽게 설명이 되지 않는다. 녹색소비자연합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친환경 제품을 믿고 가치를 인정해 비싸도 산다"며 "가격이 다르다는 건 제품의 소재나 질이 다르다는 것인데, 각 업체가 소비자들에게 가격 차이를 충분히 설명하고 있는 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친환경 제품 생산업체가 '부르는 게 값'이라는 얘기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관계자는 "유기농이나 무농약 등 친환경농산물 가격은 간섭하지 않고 시장의 논리에 맡기고 있다"며 "그러나 일반 농산물에 비해 연평균 가격폭이 좁아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국친환경상품제조협회 측도 "150여개 업체가 소속돼 있는데 업체마다 원료 단가가 달라 가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 간편한 생활 지혜로 친환경 생활 OK!
친환경 제품이 아니면 당장 큰 일 날 것처럼 선전하는 업체들의 공포 마케팅에 속아 많은사람들이 친환경 제품을 구매한다. 하지만 생활용품을 모두 친환경 제품으로 마련할 필요는 없다. 습관을 바꾸고 약간의 수고스러움만 감수하면 비용을 많이 들이지 않고도 친환경 생활을 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조미료. 건강을 생각하는 요즘 소비자들은 '친환경' 마크가 붙은 조미료를 주로 구매한다.
평소 요리 후 주방에 남은 다시마, 버섯, 마늘 등을 말려 가루를 내면 큰 노력 없이 천연 조미료를 만들 수 있다. 외식문화 발달로 점점 자극적인 맛을 찾게 되면서 각종 첨가물이 든 조미료가 인기를 얻고 있는데, 천연 조미료는 적은 양으로도 같은 효과를 내고 국물 등 음식물 쓰레기도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세제, 비누 등 주방ㆍ욕실용품 대체제도 있다. 식초가 좋은 예다. 알칼리 성분의 일반 세제는 오염과 찌든 때를 제거하는 데 효과적이다. 그러나 알칼리 성분은 피부를 자극하는 등 부작용이 많아 값비싼 중성세제를 많이 찾는데, 기존 알칼리 세제에 산성인 식초 몇 방울을 떨어뜨리면 자연스럽게 중화효과가 발생한다. 물에 잘 녹아 세탁찌꺼기가 남지 않는 액체세제도 유행인데, 가루세제를 미지근한 물에 완전히 녹여 쓰면 액체세제와 비슷한 세탁효과가 있다.
각종 화학물질의 집합소인 새 집도 새집증후군 등으로 사람들의 지갑을 열게 만든다. 이때문에 최근 숯보다 5,000배 흡수력이 좋다고 알려진 규조토 마감재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친환경 마감재 대신 입주 후 3개월 내 오염수치가 가장 높은 점을 감안해 입주를 한 두달 미뤄 자연스레 오염물질을 방출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 실내 온도를 높여서 오염원을 순간적으로 증가시킨 뒤 환기하는 작업이 가장 중요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유해물질 흡착효과가 높은 벤자민, 고무나무 등을 키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환경재단 관계자는 "비싼 친환경 제품 중에 일부는 효과가 과장된 경우도 더러 있다"며 "친환경 타이틀에 대한 맹신을 버리고 여러 방법을 추구하는 현명한 소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 "인체유해 과장" 하소연 식품첨가물은 억울하다?
직장인 조민수(29)씨는 소시지를 먹지 않는다. 벌써 7년째다. 제조과정에서 아질산나트륨을 넣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부터다. 아질산나트륨은 소시지가 검붉게 변하는 것을 막고 고유의 선홍색을 유지해준다. 조씨는 "다른 식품들 장을 볼 때도 식품첨가물이 적게 든 것을 산다"고 말했다.
식품첨가물을 바라보는 소비자의 시선은 곱지 않다. '건강에 해롭다' '암을 일으킨다'는 공포가 그 냉랭한 시선 뒤에 자리 잡고 있다.
식품첨가물은 식품의 신선도, 영양소 유지 등을 위해 넣는 물질이다. 국내에 598종이 허용돼 있다. 모두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안전성 평가를 통과한 것들이다. 최근 논란이 된 카제인나트륨과 위해하다고 알려진 글루탐산나트륨(MSG), 사카린나트륨, 아질산나트륨도 해롭지 않다고 판명됐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전문가가 모인 합동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는 MSG, 사카린, 카제인나트륨의 1일 섭취허용량(ADI)을 따로 정해놓지 않았다. ADI는 평생 섭취해도 유해하지 않은 1일 허용량을 말한다. 동물실험에서 무해하다고 나온 섭취량의 1%로 정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청 첨가물기준과 반경녀 연구관은 "ADI가 없다는 건 이들 식품첨가물이 인체에 해롭지 않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최근 한 커피제조회사가 '커피믹스에 든 카제인나트륨은 몸에 해롭다'는 식의 마케팅을 벌이면서 안전성 논란이 일어난 카제인나트륨도 마찬가지다. 카제인은 우유에 있는 단백질인데 물에 작 녹으라고 나트륨을 붙인 게 카제인나트륨이다. 식품의 풍미를 더한다. 정부기관인 한국식품안전연구원의 공식 견해는 '인체에 무해'이다. 이광원 고려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이 물질이 위험하다는 사람은 우유도 마시지 말아야 한다"며 "무책임한 마케팅이 식품첨가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더욱 확산시킨다"고 지적했다.
단맛을 내는 사카린나트륨은 2000년대 초에 국제암연구소(IARC)가 발암물질이 아니라고 결론 냈다. 감칠맛을 내는 MSG는 우유, 두부 등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단백질(글루타민산)에 나트륨을 붙인 식품첨가물. 나트륨은 조리 과정에서 분해돼 없어진다. 아질산나트륨은 햄보다 시금치 등 채소에 수십 배 많다. 초유(初乳)에도 함유돼 있다.
물론 식품첨가물 때문에 이상 증상을 보이는 사람이 없는 건 아니다. 가령 MSG 때문에 구토와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백형희 단국대 식품공학부 교수는 "과민반응은 어떤 물질에서든 일어난다"며 "유럽에서 아스피린에 과민반응을 보이는 사람은 전체 인구의 0.5%지만 식품첨가물 과민반응 비율은 0.05% 이하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식품첨가물의 경우 중요한 것은 '무엇을 먹느냐'보다 '얼마나 먹느냐'다. 김건희 덕성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한국식품위생안전성학회장)은 "몸에 좋은 밥도 많이 먹으면 비만의 원인이 된다"며 "식품 제조 과정에서는 식약청이 정한 기준에 따라 첨가물을 넣기 때문에 첨가물이 위험하다는 생각은 괜한 걱정에 가깝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런 데도 소비자가 과민하게 반응하는 데는 공포를 조장하는 언론보도와 그럴 때마다 손 놓고 보고만 있는 정부 탓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백 교수는 "'암 유발하는 A'처럼 섭취 허용량은 쏙 빼놓고 식품첨가물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식의 보도는 소비자의 불안감만 키운다"고 말했다. 한국식품연구원의 한 전문가는 "선진국에서는 식품첨가물을 다량 섭취할 때 나타나는 부작용을 먼저 설명하고 1일 허용량은 평생 먹어도 괜찮으며 그래도 염려되면 첨가물 표시를 보고 식품을 선택하라고 정부가 권한다"며 "무조건 안전하다고만 하는 우리의 지금 방식으로는 소비자 신뢰를 얻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 가격 거품빼고 믿을 수 있는 제품 생협에서 만나세요
'친환경' 꼬리표를 단 제품들이 넘쳐나지만 진짜 친환경 생활을 누리기란 쉽지 않다. '유기농' '무농약'으로 포장할수록 일반 제품보다 많게는 30% 정도 비싸 부담이 크며, 친환경이 아닌 것까지 친환경으로 포장한 가짜도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명한 소비자들은 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을 통해 환경을 해치지 않으면서 건강한 삶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는 로하스(LOHAS) 생활을 실천하고 있다.
생협은 각종 식자재와 생활용품을 생산자로부터 저렴하게 구입할 목적으로 만든 조직이다.'두레생협' '한살림' '아이쿱' 등 대표 생협들은 전국 수백여 매장을 통해 먹거리를 공급하고 있다. 십여 년 전 첫 선을 보인 뒤 최근 웰빙트렌드가 자리잡아 지난해 총 138개 조합에 회원만 55만 여명에 이를 정도로 확산됐다.
이처럼 회원이 늘어난 이유는 안전한 먹거리 때문이다. 생협은 생산 및 판매 전 과정을 철저하게 관리해 유해 물질을 애초부터 차단한다. 한살림 등은 농림수산식품부 허용치 보다 훨씬 높은 자체 환경기준을 마련해 생산지에 제초제 사용을 금지하고, 농약 사용이 많은 과수원, 인삼밭 등은 토지 오염 가능성이 높아 다시 농지로 활용하지 못하게 규정했다.
종자 또한 화학처리나 유전자 변형을 거치지 않은 것만 사용한다. 여기 그치지 않고 두레생협은 생산 과정에서 생산자, 조합원, 제3의 전문기관까지 세 번에 걸쳐 유해물을 감시하는 '자주관리사'제도까지 운영한다. 이중 삼중의 안전망을 갖춘 셈이다.
더불어 가격 거품을 뺐다는 것도 장점이다. 생산자와 소비자 간 직접 거래로 중간 유통 단계를 없애 일반 친환경 제품보다 값이 싸다. 실제 지난해 농산물 가격 급등으로 햇고춧가루(400g 기준)가 시중에서 2만원 할 때 아이쿱 매장에선 무농약 제품을 1만8,000원, 저농약 및 국내산은 1만6,500원으로 약 30% 저렴하게 팔았다.
생협은 또 '가격 안정기금'을 마련, 평소 수익 일부를 기금으로 적립해 물가 급등 시 판매가는 유지하면서 생산자에게 납품가를 올려주는 데 쓴다. 한 관계자는 "생협은 '이익을 최소화 한다'는 철학에 따라 인건비 등 최소한 운영비만 남기고 대부분 가격 안정비용으로 쓴다"고 말했다.
생산자가 친환경 현장을 눈으로 볼 수 있도록 개방한 점도 중요한 부분이다. 조합원들은 매년 정기적으로 생산지를 방문해 농부들과 대화하며 서로 믿음를 쌓고 수확의 기쁨도 느낀다. 과실 수확, 짚 공예, 단오잔치 등 형식도 다양하다. 한 관계자는 "생산자는 상품에 대한 책임감을, 소비자는 먹거리에 대한 믿음을 키우는 중요한 기회"라며 "평소 흙을 만질 기회조차 없는 아이들은 자연의 소중함과 땀의 가치를 배우는 교육의 장도 된다"고 덧붙였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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