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재동 복합유통단지 개발사업 시행자인 파이시티 측으로부터 인허가 청탁과 함께 거액을 받은 혐의로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에게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같은 혐의로 이미 구속된 데 이어, 박 전 차관도 최종 사법처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당초 짐작했던 대로 정권 실세들의 추악한 비리행각이 한 꺼풀씩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 수사에서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포스코와의 관련 의혹이다. 이정배 전 파이시티 대표와 박 전 차관의 금품청탁 연결고리 역할을 넘어 이른바 박 전 차관을 포함한 영포라인 전체의 자금관리책으로 의심받고 있는 이동조 제이앤테크 회장이 어떤 식으로든 이들 실세와 포스코 사이에서 부적절한 역할을 했으리라고 추정되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현 정권 들어 영포라인 실세들이 포스코와 관련된 각종 이권 및 인사에 개입했다는 소문이 무성했던 차에 2008년 말 포스코 회장 인사를 앞두고 박 전 차관과 이 회장이 동행, 포스코 최고경영진을 만난 사실이 확인됐다. 일개 중소협력업체 운영자에 불과한 이 회장이 참석할 자리는 아니라는 점에서 그가 포스코와 권력 실세들을 잇는 중간다리 역할을 했으리라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또한 당시 포스코 회장 교체 시 권력의 부당개입 소문을 확인해주는 결정적 정황이기도 하다. 실제로 포스코가 현 회장 체제로 바뀐 이후 매출의 대부분을 포스코에 의존하는 제이앤테크의 매출이 단 3년 사이에 8배로 급증했다.
포스코는 한국 산업화의 상징과도 같은 기업이다. 정부지분 하나 없는 민간기업 포스코가 집권세력의 전리품인양 다뤄지면서 기업가치가 훼손되고 경쟁동력을 상실하는 일이 반복되는 건 기가 막힌 일이다. 최근 두드러진 실적악화 등 포스코가 겪는 어려움은 세계철강업계의 불황을 감안하더라도 이런 파행적 상황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포스코의 정상화를 위해서도 권력의 부당한 개입 또한 검찰이 가차없이 수사해 밝혀내야 한다. 포스코에 대한 권력농단은 파이시티 인허가 의혹보다 국가적으로 훨씬 더 심각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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