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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메인스트림' 글로벌 대중문화의 절대강자 미국, 계속 군림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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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메인스트림' 글로벌 대중문화의 절대강자 미국, 계속 군림할 수 있을까

입력
2012.05.04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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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스트림/프레데릭 마르텔 지음ㆍ권오룡 옮김/ 문학과지성사 발행ㆍ578쪽ㆍ2만5000원

경제처럼 문화 역시 국경을 넘어 거침없이 세계화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한다면 그 거대한 흐름의 절대 강자는 누구일까. 바로 미국이다. 상업영화의 모델이자 TV 연속극의 생산기지인 할리우드, 팝 음악의 뿌리이자 공장인 디트로이트, 내슈빌, 마이애미, 그리고 베스트셀러 저작권으로 세계 시장을 넘보는 뉴욕의 출판사들, 그리고 세계 콘텐츠 수출 시장 점유율 50%….

프랑스의 문화비평가이자 저술가, 언론인으로도 활동하는 프레데릭 마르텔(45) 파리정치대학 교수가 <메인스트림> 에서 그려내는 것은 절대강자인 미국 대중문화의 작동 방식이다. 이야기는 영화로 출발한다. 디즈니의 창작 프로듀서인 디즈니 크리에이티브 엔터테인먼트 대표가 말하는 그들의 전략은 '크로스오버'다. '예술과 오락 사이의 경계를 허물어버'리고 '나이, 국적을 초월'해 '메인스트림'이 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그들은 일본, 중국, 프랑스 등 '상이한 문화들에 적응'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한다.

출발부터 모든 사람에게 파고들어 메인스트림이 되고자 한 음악인 팝, 토크쇼의 형식을 세계로 수출하고 있는 오프라 윈프리, 학생 정원 600명에 교수가 150명, 이중 50명이 전임 교수인 로스앤젤레스 서던캘리포니아대학 영화제작과 등 '메인스트림'을 확대 재생산하는 사회 구조를 이야기한다. '메인스트림'은 단순한 미국화라기보다 어떤 지역의, 어떤 사람들이라도 즐기고 꿈꿀 수 있도록 만드는 보편적인 문화를 만들어내는 능력이자 문화 그 자체를 말한다.

하지만 무적처럼 보이는 미국 대중문화의 권위에 누구도 도전하지 않는 건 아니다. 저자의 또 다른 관심은 미국 일색의 세계 대중문화 지형도가 아시아에서는 발리우드로 대표되는 인도나 홍콩, 싱가포르, 남미에서는 브라질, 아랍에서는 이집트 등의 도전을 받고 있다. 한류 수출에 열을 올리고 있는 한국 역시 그 도전자 중 하나다.

5년에 걸쳐 30개국 1,200여명의 문화 관련 주요 인사들을 직접 인터뷰해 풀어낸 이 책은 이런 역동적인 세계 대중문화계의 흥미진진한 현장 보고서로 읽을 수 있다. 세계라는 큰 판에서 한류를 좀더 객관화해 볼 좋은 기회도 제공한다. 저자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지금 세계 대중문화의 막강한 강자는 미국 문화라고 당신은 말한다. 그 힘의 원천은 무엇인가. 경제권력인가, 군사권력인가. 아니면 문화 그 자체의 힘인가.

"미국은 문화, 엔터테인먼트, 인터넷에서뿐 아니라, 이 책의 주제인 주류문화에서도 최강이다. 미국은 중요하고도 강력한 행위자다. 그것은 그들이 군사력, 경제력뿐 아니라 문화, 가치, 미디어 그리고 인터넷을 통해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소프트파워' 국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이 유일 권력은 아니다. 일본이나 한국, 유럽 국가들 그리고 여러 신흥국들도 문화와 소프트파워를 놓고 벌이는 국제 경쟁의 주역이다."

-문화의 미국화가 전세계에 걸쳐 경쟁과 저항에 직면해 있나. 그 싸움은 어떤 모양새인가.

"문화 경쟁은 전쟁이 아니다. 문명의 충돌도 아니다. 이것은 돈과 영향력을 놓고 벌이는 다툼이다. 이 싸움은 몇몇 사람들이 말했던 것처럼, 서양과 나머지 지역 사이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또 서양과 동양간의 문제도 아니다. 이 싸움은 중국과 일본 또는 중국과 인도처럼 여러 문화들 사이에서 일어난다. 모든 국가들이 좀더 많은 영향력을 갖기 위해 그들의 문화상품을 팔기를 원한다. 미국은 여전히 강하지만 유일한 선수는 아니다. 많은 다른 국가들이 게임판에 들어와 있다."

-한류의 확산에 많은 한국인들이 환호하고 있다.

"K팝이 프랑스에서 인기를 얻는 것이 인상적이다. 아직 프랑스 전국의 현상은 아니지만 점점 확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드라마의 경우, 아랍이라든지 다른 지역의 것들도 마찬가지이지만 프랑스나 유럽에서는 그리 영향력을 갖지 못하고 있다."

-한류가 인기를 얻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문화가 특별히 흥미로운 것은 중국이나 일본보다 덜 민족적이라는 점이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예외에 해당한다. 일본이나 중국이 자국 안에서 만족하고 있을 때 한국은 한국어 대신 외국어로 노래, 드라마, 영화를 만들려고 했다. 어떤 면에서 한국은 미국과 비슷하다. 자국 문화가 해외에서 사랑 받기 원한다면, 그 나라 사람들을 보듬을 줄 알아야 한다. 자국의 문화를 다른 나라 사람들이 받아들이도록 하려면 자국에서 좀 더 다양해질 필요가 있다. 자국 문화를 보호하는 최선의 방법은 중국 같은 검열이나 수입 제한이 아니다. 적극적인 자국 상품의 개발이다. 이제 한국은 아시아적인 현상이 된 한국문화를 더욱 국제적인 것으로 바꿔가야 한다."

-한국의 대중문화가 일본과 다르다고 느끼나.

"한국은 섬이다. 위험한 북한과 묘한 일본과 여전히 전세계에 위협적인 중국 사이에 고립되어 있다. 어떻게 한국이 한국다울 수 있을까. 그것이 문제다. 한국은 더 세계를 향해 열려 있어야 한다. 세계화와 디지털화를 포용하고 자국의 언어나 문화를 잃는 것조차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중국이 허용하지 않는 반문화와 논쟁들, 일본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다양성을 더 많이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게 해야 섬이면서 다양성을 가지고 세계에 열려있을 수 있다. 세계 문화의 주류 대열에 서고 더 많은 소프트파워를 갖기 위해서는 마이애미나 로스앤젤레스, 리우 데 자네이루, 홍콩, 베이루트 또는 싱가포르를 모델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상하이나 도쿄가 아니라."

-세계 대중문화의 주류는 디지털 기술에 의해 강화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디지털 기술은 문화를 더 다양하고, 개인적인 것으로 만들지 않는가. 향후 세계 대중문화는 어떤 모습이 될까.

"디지털화는 지역적이지도 세계적이지도 않다. 그것은 양쪽 모두에 해당한다. 그것은 주류도 아니고 비주류도 아니다. 둘 다이다. 중국은 인터넷이 가져다 줄 기회를 두려워한다. 그것을 포용해야만 할 때에도 말이다. 그들은 하드웨어와 관련된 IT분야에서는 솜씨가 좋다. 하지만 소프트웨어는 미진하다. 한국은 둘 다를 가져야 한다. 디지털화는 그 자체로 좋거나 나쁜 현상이 아니다. 그것을 가지고 우리가 무엇을 하는가에 달린 것이다. 미래를 낙관한다. 특히 한국은 희망적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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