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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조작적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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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조작적 민주주의

입력
2012.05.04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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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적 정의'라는 것이 있다. 주로 연구조사방법론에서 사용하며 이론적 개념을 관찰 또는 측정 가능하게 하고, 실험에서 검증하기 위해 사물 또는 현상을 객관적, 경험적 바탕을 근거로 구체화시켜 정의하는 것을 말한다.'학업 성취도'를 파악하기 위해 과목 평균점수를 기준으로 삼는 것처럼 대개는 수량화가 가능하다. 여기에도 함정과 위험은 있다. 하나에 한가지 조작적 정의만 있는 것이 아니고, 특정 목적과 결과를 위해 얼마든지 의도적 설정과 선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 지칠 줄 모르고 계속되고 있는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의 심사 방식에 대해 불평을 하는 시청자들이 있다. 때론 심사위원들까지 노골적으로 그런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자신들의 평가보다 비중이 큰 시청자들의 인기투표로 당락이 뒤집히는 경우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지향하는 경쟁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소수 전문가만이 아닌'대중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지도'로 구체화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시청률을 높이려는 속셈도 있다.

■ TV를 따라 하듯 정치에서 유행하고 있는 온갖 국민경선제 역시 마찬가지다. 정치 역시 인기를 먹고 산다. 그러니 대중적 지지도를 중요한 척도(조작적 정의)로 삼아 평가하는 것을 비난할 이유는 없다. 참여민주주의의 확대란 점에서도 긍정적이다. 문제는 신뢰도와 타당성이다. 오디션프로그램이 시청률만 생각한다면 대중들의 관심과 지지에 매달리는 것은 타당하다. 그러나 실력 있는 신인가수 발굴이 목표라면 평가방식의 신뢰도에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다.

■ 더구나 평가절차에서부터 윤리성과 공정성을 상실했다면? 참여와 승부의 조작이고, 조작적 민주주의에 불과하다. 온갖 부정으로 얼룩진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 온라인투표가 그렇다. 누구보다 강하게 정의와 도덕성을 부르짖는 집단이 사실은 누구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탐욕적이라는 사실을 보여준 셈이다. 그들이 내세운 민주주의와 공정한 사회도 결국 선전도구에 불과했다. 위장은 누군가 벗겨버리면 된다. 그러나 위선과 조작은 스스로 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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