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박수근은 한국전쟁 직후 서울 창신동에 작은 집을 마련했다. 다들 먹을 것 부족한 시절이었고, 그 역시 생계를 위해 그림을 그렸으니 아이들에게 책 한 권 사줄 형편이 못됐다. 대신 신문기사나 연재소설을 스크랩해서 읽을거리로 아이들에게 주던 그는 아예 수채 물감으로 책을 만들어줄 생각을 했다. 박수근이 그림을 그리고 부인 김복순씨가 글을 써서 만든 세상에 한 권뿐인 그 수제 그림책에는 '평강 공주와 바보 온달' '아버지를 찾는 유리 소년''호동 왕자와 낙랑 공주' 등 고구려 이야기 7편이 담겼다.
강원 양구에 있는 박수근미술관에 소장된 이 그림책이 <박수근의 바보 온달> 이라는 상업용 그림책으로 만들어져 사계절에서 출간됐다. 전체 이야기 중 글과 그림이 넉넉한 3편을 골랐다. 그림은 원작 그대로이고 글은 큰 딸 인숙씨가 요즘 아이들이 읽기 편한 문장으로 고쳐 썼다. 박수근의>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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