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5월 5일이면 애나 어른이나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절로 이 노래를 부르곤 하지.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달려라 냇물아 푸른 벌판을, 5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5월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어린이였을 때는 미처 몰랐던 시적인 가사에 딱 떨어지는 노래가 어른이 되고 나니 새삼 감탄을 연발하게 한다.
역시나, 윤석중 선생님의 시에 윤극영 선생님이 곡을 붙이신 거였다. 그러니까 시가 노래로 불려온 역사의 전형이라고나 할까. 애초에 노래됨이 불가한 시를 써온 탓에 그저 강 건너 불구경 해온 나, 요즘 들어 그 시적 스타일에 변화를 모색하게 된 데는 밤낮없이 동요를 불러대는 엄마의 노랫소리 덕이기도 하다.
이제 갓 백일이 지난 아이와 18개월 된 외손자 둘을 손수 업어 키우게 된 엄마, 배고프다고 울고 졸리다고 울고 쌌다고 우는 두 아이를 번갈아 안고 어르는 것만으로도 분주할 텐데 참 극성이기도 하지, 입에서는 내내 멜로디를 흘리더란 말이다. 그래야 잘 먹고 그래야 잘 싸고 그래야 잘 잔다나.
환갑에 어깨 인대 파열되면서까지 기저귀 갈아대는 게 안쓰러워 여동생들에게 성질이나 버럭 내는데 엄마 왈, "너 키울 땐 목 쉴 정도로 노래 불렀다니까. 네가 시인된 데는 내 덕이 반이야, 알아?"라나. 내 품에 안기자마자 떼를 쓰며 울어대는 조카. 실은 얼마나 다행인지, 외우는 동요 하나가 없는 음치 이모이니.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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